부산발전연구원에서 9년간 근무하다 인천으로 자리를 옮겨 부산지역 연구기관들을 보니 공통적인 문제점은 용역을 수행하지 않으면 연구소를 운영할 수입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유사한 연구기관인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경기개발연구원, 인천발전연구원이 해당 지자체의 지원금에 의해 운영되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혹자는 지자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경우 지자체에 종속적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지자체와 지방 연구기관간의 합리적인 조율에 의해서 얼마든지 효율적인 연구 수행이 가능하다. 재정적으로 안정된 조직이 갖는 위상은 끼니를 걱정하는 연구기관의 위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수도권 지역 공무원들은 유수한 대학의 교수에게 자문하기보다 연구기관 쪽에 우선적으로 자문을 의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대학교수의 전문가적 식견도 중요하지만, 연구기관의 감각을 중시한다는 말이다.
반면 부산시 공무원들은 대학교수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부산시청에는 이름이 알려져 유명한 교수나 공무원과 친분이 있는 특정 교수가 전공과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안을 자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정 현안은 특정 전공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연구기관이 주도하고 관련 분야를 전공한 교수들이 아웃소싱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지자체는 지방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시정 현안과 지역발전을 위한 당면 과제들을 해결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이미 수도권에서는 보편화된 사실이다. 하지만 부산시는 아직 그 효과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부산발전연구원에는 지역 현안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인재들이 적지 않다. 지역현안에 대한 통찰은 서울의 전문 연구자들이 갖기 어려운 부분이다.
부산시는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하여 지역연구기관을 적극 지원해야 하며, 그들을 충분히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지방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은 자기를 알아주고 지켜주는 버팀목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주어진 연구활동에 매진할 수 있다. 지역연구기관이 대학보다 더 선호하는 직장이 되는 날, 부산시는 선진도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부산시와 부산 지역사회는 그나마 괜찮은 지역인재가 더 이상 부산을 떠나 수도권으로 터전을 옮기는 일이 없도록 방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공학박사 · 인천발전연구원 한중교류센터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