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떠나는가=“우수한 학생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성적이 안되는 학생들까지 덩달아 춤추는 것이 문제입니다. 서울과 부산의 대학에 동시합격한 학생들은 대부분 서울로 갑니다. 지역대학이 이들 학생을 놓치고 있다고 봐야지요.”(부산 진학지도협의회 정을수 회장·혜광고 교사)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이 들려주는 인재 유출실태는 심각하다. 학생들의 1차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가느냐는 것. 이들에게 부산은 ‘하다 안되면 가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입시 전문기관인 부산학원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부산지역 수험생 29.6%는 ‘실력만 되면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가고 싶다’고 답했으며, 상위권 수험생들은 절반 이상이 수도권 대학으로 가길 희망했다.
지역인재 유출은 고교 졸업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종전에는 고교생 유출이 가장 큰 문제였으나 최근에는 중학교→고교, 대학재학 중→수도권대 편입학, 대학졸업 후→타지역 취업 등 1~4차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부산대 학부 졸업생들의 2001년 지역별 취업집계를 보면, 전체 취업자 1천5백94명 가운데 35.6%인 568명이 서울·경인지역에 있는 직장을 잡았다.
대학원 졸업자들의 진로는 오리무중이다. 각 대학에서조차 진로 자료를 챙기지 않고 있기 때문. 몇몇 학과를 통해 알아본 고급인력의 탈부산 현상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주지현 조교는 “대학원 졸업생 80~90%는 부산을 벗어나 타지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면서 “부산에 머물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떠나는 분위기는 인구통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부산은 지난 91년 이래 95년(기장군 흡수)을 제외하고 계속 인구가 줄어 2001년말 현재 3백78만6천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오는 2020년 3백53만명까지 떨어진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대구시(2000년에 2백50만명 돌파)와 인천 광주 대전시 등 타 광역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부산지역 총 전출자 63만9천6백69명 중 수도권으로 순이동한 사람은 4만9천3백22명으로 전국 시도 중 부산이 가장 많았다.
▲누가 들어오는가=광범위한 유출에 비해 유입은 거의 없다. 수도권 등으로 빠져나간 인재들은 십중팔구 현지에 눌러앉아 산다는 것이다.
부산외국어대 박영구(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부산으로 오는 사람은 국가공무원과 대학교수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발령받아 오는 공무원과 수도권에서 교수직을 좇아 부산으로 원정오는 경우를 빼면, 고급인력의 유입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일부 기업의 책임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분야별로 들어오긴 하나, 그들은 필요한 시간만큼만 단독으로 머물다 돌아가 버린다.
이 때문에 정작 외부의 고급인력이 필요한 곳은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부족한 고급기술인력과 남아 도는 고학력은 지역산업계에 ‘구직난 속 구인난’이라는 수급 불균형 현상을 만들고 있다.
▲취약한 산업인력 구조= 세계적으로 인력의 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부산은 전문화 현상이 지체되거나 동태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맨홀뚜껑 하나가 부서져도 서울에서 기술자가 내려와 고쳐야 하고, 부산의 대형 연구 프로젝트를 수도권의 국책연구기관이 수행하는 연구현실이 그렇다.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학력별 취업자 분포(2000년 기준)를 보면 서울은 전문대졸 이상이 전체 취업자의 32.4%를 차지하는데 비해 부산은 23.3%에 그쳐 전문인력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 부산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기능근로자의 비율이 매우 높고, 단순 장치, 기계 조작, 조립원 비율이 97년 9.9%, 2000년 12.3%로 급증했다.
박영구 교수는 “인구 대비 대학생 비율은 부산이 오히려 서울보다 높은데도 우수 인력이 유출되면서 단순 기능자가 대거 부산에 머무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부산의 전문화 지체현상은 연구인력, 특허등록, 연구개발 조직 등 인력의 질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단적인 예로 특허·실용신안·의장·상표에 관한 감정과 사무를 대행하는 변리사의 경우, 2001년 6월 현재 전체의 85.1%인 1천1백59명이 서울에 있고 부산에는 고작 21명(1.5%)이 활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산에는 노동시장의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고, 시장정보가 빈약해 고급인력이 발붙일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며 “산업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인적구조를 혁신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박창희기자
/ 임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