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이래 문향(文鄕)이라 할 만한 안동에서 문학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이라면 이육사의 고향마을 생가터와 생가, 안동민속촌의 육사 ‘광야’ 시비, 육사 묘소가 있다. 이육사(1904~1944)는 안동시 도산면 원촌리에서 태어나 조선과 중국을 오가며 항일운동을 했고 시를 썼다.(사진-안동 도산면 원촌리 이육사 생가터에 세워진 청포도 시비.)
그의 생가는 1975년 안동댐 건설로 인한 수몰로 안동시 태화동으로 이전했고 지금 원촌리 생가터에는 청포도 시비가 1993년 건립됐다. 그런데 얼마 전 경북 포항 호미곶 바닷가에 육사의 청포도 시비가 하나 더 세워졌다. 포항 쪽에서 “육사가 ‘청포도’를 쓸 당시 한달간 포항 호미곶 친구집에 머물렀으며 그 집 주변에 일본인이 소유한 포도밭이 있었다”며 이 시의 창작 장소가 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근거로 시 속에 ‘내 고향’이 아닌 ‘내 고장’이라고 썼다는 등의 사실을 들고 있다고 한다.
안동 쪽에서는 “육사생가 주변에 원래 포도나무들이 있었던 데다 시 속의 ‘먼 데’라는 말이 그의 고향마을 ‘원촌’의 옛 지명이며 작품에 만주와 고향의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반박한다. 현재 육사 자신이 이에 관해 남긴 기록이나 단서, 아무 것도 없다. 요즘 간간히 볼 수 있는 지역 간 문학논쟁의 재연인 셈이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부디 쌍방 모두가 예술에 대한 애정 위에서 대화를 나눌 것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