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을 남새밭으로 물들이는 범종이랑/ 등이 검은 거북떼가 토해 내는 물소리랑/ 노스님 염불소리랑 깍지끼고 살더라’(임종찬 ‘범어사에 가보니’)
범어사의 정취가 절로 그려지는 시다. 시의 향취도 좋지만 범어사의 그림이 더 좋다. 부산 금정구청은 범어사 일주도로를 ‘문화의 거리’라 명명하고 지난 94년부터 3년간 5기의 문예비를 세웠다. 요산(김정한), 향파(이주홍), 황산(고두동)의 문학비와 김종식, 김대륜의 그림비가 그것. 사하촌의 자랑거리라 할만하다.
한데, 바로 그 일주도로변에 최근 각종 음식점 노점상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분위기를 어지럽히고 있다. 머지않아 러브호텔까지 서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하촌은 범어사의 바깥 풍경이다. 범어사의 경내 정취가 아무리 좋다 해도 바깥이 어수선하면 속이 편할 리가 없다.
범어사의 내분 양상도 씁쓸하다. 지난 4월 재무승 횡령사건이 가져다준 충격파가 가시기도 전에, 주지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터져나왔다. 지금은 이 잡음이 동안거(冬安居)에 파묻혀 있지만, 언제 또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세속을 꾸짖고 갈길을 잡아줘야 할 산문에서 세속의 꾸지람을 듣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