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의 횟집촌
[싱싱한 회 한접시를 시켜놓고 먹는 식사는 최고의 만찬이다. 부산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이런 식사를 할 수있다.]
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옆 민락회촌은 전국 최대 규모의 횟집촌이다. 불과 20년전만 하더라도 작은 어촌이었던 이곳은 지난 89년부터 최신식 대형 회센터 건물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지금은 300여개의 횟집 밀집촌이 됐다.
규모면에서 시설 현대화를 위해 철거되는 ‘자갈치 활어회센터’와 함께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반경 200곒 남짓한 지역에 다닥다닥 맞붙어 있는 민락회촌은 그 자체로 이색풍경을 연출한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물고기가 가득 담긴 수족관이고 횟집간판들이다.
민락회촌은 어지간한 항구도시에 으레 있는 횟집촌과는 분위기가 썩 다르다. 인근에 사시사철 젊음의 열기가 머무는 광안리해수욕장이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광안리의 ‘휘황찬란한’ 유흥업소들이 네온사인을 켜기 시작할 무렵, 남천동에서 민락동쪽으로 난 번잡한 광안리 해변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민락회촌은 와락 길손을 껴안는다. 광안리의 싱그러운 젊음과 민락회촌의 싱싱한 먹거리는 어딘가 상통하는 면이 있다. 펄쩍펄쩍 뛰는 기운이 그렇다.
#10층 이상 회센터만 4개
민락회촌의 경쟁력은 이곳의 대형 회센터들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10층 이상 회센터만도 4개나 된다. 보통 1, 2층에는 활어좌판과 어패류시장이 자리잡고, 3층 이상은 시킨 회를 먹을 수 있는 방이 갖춰져 있다. 자리를 잘 잡으면 덤으로 바다구경도 할 수 있다.
‘민락타운’ 내에서 경포횟집을 경영하는 김방우(57)씨는 “전국 대부분의 횟집들이 자연산이 아닌 양식산을 취급하기 때문에 어느 집이나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백화점에 고급제품이 많듯, 민락회촌은 싱싱하고 질좋은 횟감용 생선이 가장 먼저 들어오기 때문에 신선도 면에서는 분명 다른 곳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락동 회센터의 밤 풍경.오른쪽은 회센터 1층에 마련돼 있는 활어좌판.]
싱싱한 횟감을 직접 고르고, 다른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고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고기를 고르다 수족관을 박차고 나오는 고기 때문에 옷을 버릴 때도 있지만 이는 고기 선택권의 대가이다.
대형 회센터 1층의 활어시장에서 고기를 사서 횟집으로 가져가면 즉석에서 회를 장만해 준다. 어종에 따라 식사와 매운탕이 제공되며, 정식을 시키면 입맛을 돋우는 요깃거리(회초밥, 성게알, 새우, 땅콩)가 함께 나온다. 횟값은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다. 2명 기준 모듬회가 3만원선, 4인 가족을 기준 전어회를 제대로 즐기려면 주류·식사 포함, 7만~8만원은 든다.
민락회촌 번영회 정인식 회장은 “젊은이의 거리인 광안리와 인접해 있어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회 모양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일반 횟집에서 꽤 알아주는 주방장도 이곳에 오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정도”라고 귀띔한다.
#생선회는 바다의 맛
생선회는 생선의 가시나 껍질을 발라내고 흰살만 작게 썰어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 부산사람들은 일본말 그대로 ‘새꼬시’를 해 먹기도 한다. 고기뼈를 가려내지 않고 함께 썰어 씹힘을 만끽하는 것이다.
생선회를 가장 즐기는 민족은 아무래도 일본인들이다. 국내에도 이른바 ‘일식집’이 적지 않다. 이곳의 주방벽이나 메뉴판에는 일본어로 된 전문용어가 여과없이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선회를 뜻하는 사시미(さしみ)다. ‘사스’는 ‘찌르다, 꽂다’는 뜻이고 ‘미’는 ‘몸, 물고기, 짐승의 살’을 의미한다. 어찌보면 사시미는 섬뜩한 말이다.
생선회는 생명탄생의 근원인 바다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생선이 식탁위에 올라 인간을 즐겁게 하는 것은 일종의 ‘보시’일 것이다. 보시를 받은 인간은 경건하게 ‘바다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
#부산은 생선회의 메카
부산의 횟집촌은 비단 민락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해안 최대의 수산물 재래시장인 남포동 자갈치시장 주변에도 횟집촌이 있고 송정, 청사포, 해운대, 송도, 영도, 다대포 등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은 예외없이 횟집촌이 형성돼 있다. 부산에는 약 1만개의 횟집이 있다고 한다. 생선회를 좋아하는 시민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신라대 식품영양학과 김상애 교수는 “부산의 풍미는 뭐니뭐니해도 해산물이다. 한국전쟁 때 부산에 온 팔도 피란민들의 영향을 받아 똑 부러지는 부산음식을 들기는 어렵지만, 생선회만은 자타가 공인하는 기호식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첨가물이 거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싱싱한 맛. 부산사람들의 기질과도 일맥상통할 것 같은 바로 이런 생선회 맛이 부산의 참맛이 아닐까.
/ 최정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