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청의 밤은 낮보다 바쁘다. 영업이 끝나는 밤 9시. 12명의 남탕 직원과 용역직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지러진 수건, 비누를 정돈하고 바닥·욕탕 청소, 물 받기 등 준비를 서둘러야 새벽5시 개점시간에 맞출 수 있다.
허심청 ‘밤 단장’의 총사령관은 지난 91년 개관때부터 근무해온 강형부(62·사진) 주임. 바쁜 와중에도 욕탕앞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잊지않고 옷장까지 안내하는 친절함 때문에 그는 누구에게나 낯이 익다.
“온천수는 수돗물보다 부유물이 많이 생겨요. 10년된 시설을 새 욕탕같이 유지하려면 철저한 청소밖엔 수가 없지요.”
운수업 등을 거쳐 마지막 직장으로 발을 디딘 온천이 그에겐 모든 것이 됐다. 쉬는 날 가족나들이로 온천 외엔 가본 적이 없고 전국의 거의 모든 온천 정보를 꿰고 있을 만큼 ‘마니아’가 됐다.
“허심청이 처음 생기자 인기가 대단했어요. 주말엔 표를 사려는 손님들이 건물 밖까지 이어졌지요(당시 매표소는 1층에 있었다).”
인터뷰 도중 그를 발견한 손님이 웃으며 다가와 담배를 청한다. “사업은 좀 어떻습니까?” “워낙 경기가 바닥이네요.” 마치 한 가족처럼 친근하다.
“얼굴이 꺼칠하던 손님이 신수가 훤해져 탕을 나서는 것을 볼때 보람을 느끼죠. 온천은 부산 사람들에겐 축복입니다. 이곳을 찾는 타지 사람들은 부산사람들을 몹시 부러워합디다.”
그는 일부 입욕자는 물 낭비가 심하고 공중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다는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 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