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부산항 백과사전 김영호(金英昊·77·부산 수영구·사진)옹. 22세 때인 1946년 부산항무청 공무원으로 임용돼 부산항과 인연을 맺은 그는 55년 동안 부산항과 삶을 같이하고 있다.
김옹의 서고는 부산항 변천사가 담긴 5천여장의 사진 자료와 수천종의 항만사료로 가득하다. 그는 1407년 부산포 개항부터 1945년 해방때까지 부산항 관련 사료들을 2천컷의 슬라이드에 담아두고 있다. 부산항 관련 강연을 부탁해오면 어디든지 달려가 슬라이드를 돌리며 부산항의 어제와 오늘을 설명한다.
항만 관련 기관과 언론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해방이전의 부산항 관련 사진들은 상당수가 그의 손을 거친 것이다.
그가 부산항 관련 자료들을 본격적으로 모으게 된 것은 지난 1975년,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15분짜리 홍보영화를 준비하면서부터다. 25명의 회원을 모아 항만연구회를 설립해 함께 자료를 모으고 토론을 하며 부산항사를 정리했다.
사료 수집이 본격화되면서 몇푼 안되는 월급의 상당부분이 투자됐다. 20여년전 한달 월급의 3분의 1을 주고 엿장수에게서 구입한 일본어판 2백54쪽짜리 ‘신부산대관’은 지금도 가장 아끼는 사료중의 하나다.
그동안 그가 사재를 털어가면서 애써 모은 사료들은 모든 기관에 무료로 제공됐다. 급할 때는 찾아와서 자료를 받아가 출처도 명시하지 않고 자료를 사용한 뒤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애써 모은 자료가 부산항을 알리는 일에 사용된다는 것만으로 즐거웠지만 요즘은 자료를 도용하다시피 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섭섭하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부산항의 내력을 이야기해주는 그의 마지막 꿈은 지난 50여년간 수집해온 항만자료를 고스란히 기증할 수 있는 해양박물관이 하루빨리 부산에 들어서는 것이다. /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