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와 인간의 만남은 아름답다. 인간이 정(情)의 동물이라면 갈매기는 정을 잊지않는 생물이다. 오건환(부산대 지리교육과·사진) 교수는 그걸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열렬 갈매기 팬’이다.
지난 3월말 오 교수는 ‘광안리 해변을 가꾸는 모임’(광해모)이 주최한 갈매기 환송식 때 광안리의 갈매기들에게 약속했다. 가을에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이라고. 갈매기 본진이 도래하는 내달부터 그는 해뜰 때를 맞춰 그가 사는 해운대에서 광안리로 ‘출근’할 참이다. 갈매기들의 아침식사를 챙겨주기 위해서다. 광해모 고문인 오 교수는 10년째 이 일을 앞장서서 해오고 있다.
“갈매기는 인간의 정을 아는 새지요. 먹이를 주다보면 그걸 느낍니다. 광안리에는 주로 어린 갈매기가 오는데, 이 놈들의 애교가 보통이 아닙니다. 민락동 회센터에서 생선의 내장이나 대가리를 얻어 먹이통에 담아 차에 싣고 가면, 어떻게 알았는지 졸졸 따라 붙어요. 어쩌다 좀 늦기라도 하면 삐죽거리기도 하고요.”
신기한 일이다. 야생 갈매기가 사람과 사귈 수 있다니. 그러나 갈매기를 아는 사람들은 그게 갈매기의 ‘돌려주는 정’이라고 말한다.
오 교수는 “부산갈매기의 역동성은 부산사람들의 기질과도 닮은 것 같다”면서 “시민들이 조금만 신경써주면 갈매기는 두배 세배의 즐거움을 돌려준다”고 말했다.
“이만한 대도시에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복이죠. 해운대나 광안리의 강변도로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차창밖 갈매기들의 군무를 구경하는 풍경, 이게 기쁨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열렬 갈매기팬의 행복론에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 박창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