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호수’였던 시화호에 ‘생명의 서광’이 비치고 있다.
바다와 호수를 분간하지 못할 미망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인다. 바다 매립을 통해 ‘일석삼조’을 이끌어내겠다던 장밋빛 환상은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자연의 진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연과 인간의 잘못된 만남의 현장. 시화호는 자연을 무시한 개발의 무모함에 저항하고 있었다.
담수호 계획이 백지화된 지난 2월 중순 시화호엔 예년에 보지못했던 재두루미가 축하비행이라도 하듯 날아들었다며 지역의 활동가들은 반색했다. 시화호 주변의 검은머리갈매기 붉은부리갈매기 혹부리오리 흰뺨오리 등도 다소 평온을 찾은 듯하다.(사진1-시화방조제 인근 오이도갯벌에서 마도요떼가 갯지렁이 등 먹이를 찾으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화호는 경기만 시화갯벌을 가로지르는 길이 12.5km의 방조제를 건설해 조성된 인공 호수이다. 여의도 면적의 80배에 이르는 시화호는 3억곘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
그러나 87년부터 시작된 시화호 담수호 계획은 94년 방조제 끝막이공사 이후 발생한 수질오염으로 인해 올해 담수화 포기선언에 이르기까지 14년간 무려 1조원 이상의 돈을 낭비한 채 실패로 끝났다. 시화호 오염의 주범은 공단폐수가 아닌 무모한 담수화계획 자체였다는 것을 알기까지 치른 대가치고는 너무 엄청나다.
시화호 일대의 새를 만나기 위해선 먼저 시화공단 끝편 오이도와 시화방조제 그리고 대부도 방아머리 갯벌 등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부산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신갈인터체인지로 빠져나가 안산시 반월공단이나 시화공단쪽 해안으로 가면 된다.
오이도 갯벌에 서서 죽었던 갯벌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경인지역의 행락지가 된 오이도 갯벌에는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다양한 물새를 만날 수 있다. 도요들은 사람을 겁내지 않고 먹이찾기에 분주하다. 등뒤가 하얀 마도요는 나는 모습도 경쾌하다.
오이도를 지나 시화호 방조제에 올랐다. 방조제 양쪽이 바다인지 호수인지 잠시 헷갈린다. 방조제 바깥쪽 서해가 에메랄드 빛이라면 안쪽 시화 담수호는 커피색을 하고 있다. 시화호의 물색을 보고나니 담수호 계획을 포기한 이유를 단박에 알것같다.
오이도와 이어진 시화호 바깥 갯벌엔 수천마리의 도요새와 갈매기 무리들이 갯벌을 누비고 있다. 오염에 강한 실갯지렁이가 많아 도요들이 즐겨찾는 곳이라고 한다. 가끔 청다리도요의 “뿅뿅” “총총”하는 울음소리도 들린다.
시화방조제 중간에 있었던 작은 가리섬은 공사중 사라졌고 그 앞 갯벌에 큰가리섬만 외로이 남아있다. 대부도와 이어진 방조제 끝부분엔 배수갑문이 있다. 이곳 갑문은 지난 97년부터 하루 수백만곘의 더러운 호수물을 바다로 보내고 있다.
방조제 끝 대부도 방아머리에서 시화호 안쪽으로 잠시 들어오면 인근 개섬 주변 습지에 청둥오리 넓적부리 고방오리 흰뺨오리 등 오리류가 자맥질하는 모습이 보인다. 방조제 공사 이전 이곳에는 재두루미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들이 많이 관찰됐던 곳이다.
방조제가 끝나는 바다쪽 선착장 앞 갯벌에는 검은머리물떼새 도요 등이 갯벌을 누비고 몇몇 주민들이 들어가 가무락(모시조개)과 바지락 동죽 채취에 열중하고 있다. 이곳엔 4월 초순부터는 노랑부리백로도 찾아든다.
사실 대부도 주민은 방조제 건설로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받고는 하루아침에 생계 터전인 바다를 잃었다. 이들도 이제는 어업권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정부도 올 하반기에는 대부도와 제부도 외곽지역에 한해 한정어업 면허를 허용할 전망이다.
어느덧 점심때가 돼 배가 출출한 취재팀을 방아머리에 있는 우리밀 칼국수집들이 유혹한다. 이곳 방아머리는 바지락 등을 넣은 칼국수의 맛이 소문나면서 음식점촌으로 탈바꿈했다.(사진2-물이 빠지자 주민들이 시화방조제 끝 대부도 방아머리 앞 갯벌에서 가무락과 바지락 등 조개를 캐고 있다.)
방아머리를 지나 터미섬이 보이는 동동간석지는 광활한 염습지다. 예전에 이곳이 바다였음을 단번에 알 수 있을만큼 갈대밭과 갯멧꽃 칠면초 퉁퉁마디군락 등 염생식물 군락이 눈앞에 전개된다. 바다 물길이 끊기는 바람에 ‘사막의 섬’이 된 것이리라. 이곳은 지난 96년 희귀조인 검은머리갈매기 둥지 120여개가 발견돼 월동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고라니 너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보고이다. 시화호가 올해 환경부 조류동시센서스에서 전국 최고의 물새서식지로 선정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환경단체 회원들은 담수화 포기선언 이후에도 걱정이 많다. 담수화 포기선언에도 불구, 근본적인 수질개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업기반공사가 남측 간석지(3천3백만㎡) 농지조성 계획을, 한국수자원공사가 북측 간석지(1천18백만㎡)에 공단을 세우려는 등 여전히 개발계획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시화갯벌을 이 모양으로 만든 사람들을 처벌하고 ‘제2의 시화호’가 나오지 않도록 이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동행한 지역활동가가 목소리를 높였다. 가까스로 생명을 찾은 시화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또한 시화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 김해창기자
●`탐조상식` 새 식별하기
봄이 되면 겨울에 보지 못했던 새들을 많이 보게 된다. 자신이 만나는 새 이름을 아는 것은 탐조의 기본이자 재미를 더해준다.
먼저 관찰한 새의 크기나 모양새를 보아 어떤 분류군에 속하는 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오리류 두루미류 백로류 기러기류 도요새류 딱다구리류 등 새의 크기 형태 자세 행동 서식지 등의 특성을 알아두자.
새의 크기를 견줄 자기 나름의 척도를 만드는 게 좋다. 보통 작은 새는 참새 비슷한 크기이며 중간은 비둘기 크기, 큰 새는 까치 까마귀 수준이고 그보다 더 큰 새는 매 수리 기러기 고니 왜가리류이다.
다음은 부리의 모양을 살펴보자. 부리의 길이와 두께 그리고 모양을 살펴본다. 딱새나 도요새는 부리가 가늘게 길고, 백로는 창 모양이며, 오리는 넓적하다. 같은 도요새라도 마도요나 알락꼬리마도요는 부리가 길고 아래로 휘어져 있으며 뒷부리도요는 부리가 길고 위로 휘어져 있다.
나는 모양이나 걷는 모습도 새를 식별하는 열쇠다.
백로나 왜가리는 목을 구부린 채 날고 두루미나 황새는 날 때 목을 길게 펴고 긴다리도 뒤로 길게 뻗는다. 딱다구리는 파도 모양으로 날고 직박구리는 일직선으로 비행한다.
황조롱이는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다 먹이가 보이면 쏜살같이 하강한다. 참새는 두 다리를 한꺼번에 도약해 걷지만 비둘기는 두 다리를 번갈아 움직이며 걷는다.
이밖에 얼굴과 머리 등에 눈에 띄는 색채나 확실한 선이나 무늬가 있는 지도 파악하면 금상첨화. 물론 탐조할 땐 야외용 조류도감이 필요하다.
또한 새를 관찰한 내용을 기록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새를 보았을 때 날짜 장소 시간 날씨 물때 환경조건 개체수와 관찰자 이름 등을 노트에 기록하면 된다.
/ LG상록재단 ‘ 한국의 새’ 참조
●`지킴이` 안산.시흥.화성 시민연대회의
시화호에는 지킴이들이 많다. 시화호 담수화에 맞서 지난 99년 이 지역 12개단체가 ‘희망을 주는 시화호 만들기 안산·시흥·화성 시민연대회의’로 똘똘 뭉쳤다. 시화호 지킴이로 첫 손가락 꼽을 사람은 ‘시민연대회의’ 공동대표 최종인(47)씨. 생태사진작가인 그는 밀렵 감시, 폐수 무단방류 감시 등에 발벗고 나선 ‘시화호 감시단장’이다. 지난 98년 시화호에서 공룡알 화석을 처음 발견한 사람도 최씨다.
장동용(36) 시흥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도 시민연대회의 공동대표로 시흥지역에서 갯벌 및 패총 유적 보존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창수(41) 안산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시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으로 시화호를 지나는 영흥도화력발전소 송전선로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박현규(42) 안산 그린스카우트 사무국장은 시민연대회의 집행위원으로 시화공단의 오염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전국교사모임 사무국장인 박성만(33·정지초등 교사)씨는 환경을 생각하는 시흥안산교사모임(회장배성호·cafe.daum.net/shiwhaho)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이 환경반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 탐조기행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안산YMCA(www.shiwaho.or.kr) 풀뿌리환경센터의 남윤영(여·32) 나정숙(여·38) 간사의 활약도 돋보인다. 남간사는 오이도 갯벌매립 반대운동에, 나간사는 주부들과 함께하는 시화호 생태기행 및 수인선 협궤주변 생태공원화에 앞장서고 있다. / 김해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