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해안선에도 봄은 오는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갯벌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갈매기들이 부럽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리처드 버크의 ‘갈매기 조나단’이 생각나는 곳.
인천 송도갯벌은 접근하기 힘든만큼 갯벌에 대한 애정이 더 해지고 철새의 자유로운 비상을 동경하게 되는 그런 곳이다. 그러나 개발논리에 밀려 생명력을 잃어가는 ‘수난의 땅’이기도 하다. 인천과 영종도를 잇는 여객선 주변에 몰려드는 갈매기떼는 마치 부산의 오륙도 유람선 주위를 맴도는 갈매기떼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옛 포구의 정경이 조금은 남아있는 소래포구는 아직도 인천시민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다.
인천 송도갯벌은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과 남동구 고잔동 사이 60㎢에 이르는 광활함을 자랑했지만 송도 신도시 매립지 공사 등으로 인해 이미 16㎢의 갯벌이 사라졌다. 지난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모래갯벌로 우리나라 동죽조개 생산의 90%를 생산했다.
그러나 이곳 갯벌은 아직도 물떼새, 도요새, 두루미 그리고 세계적 희귀조인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등 물새들에겐 매우 중요한 서식지임에 틀림없다.
송도갯벌을 보려면 우선 아암도 해안공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인천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바닷가 쪽으로 차로 20분 거리.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였던 이곳 해변은 지난해 일부구간이 친수공원으로 개방됐다. 오전 7시에서 오후 8시까지만 입장이 허용되고, 지금도 공원 안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금새 무장한 군인들이 다가와 막는다.
이곳은 물이 빠질 때면 검은머리갈매기나 고대갈매기 등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 부리가 검고 머리털이 검은 검은머리갈매기는 눈에 띈다. 물이 차면 괭이갈매기, 재갈매기들이 마치 오리인양 유영을 즐기는 모습이 앙증스럽다. 지난 1월말 이곳 갯벌에서 ‘습지와 새들의 친구’ 조사팀은 고대(적호)갈매기 150여마리, 검은머리갈매기 330여마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아암도 해안공원을 나와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해안에 수많은 새들이 노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이 송도 신도시매립지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송도갯벌이 지난 96년 신도시 매립지공사로 수난을 당한 현장이다. 더욱이 단순한 간척이 아니라 인근 섬을 깎고 먼 갯벌의 토사를 가져와 매립해 생태계 파괴가 극심하다.
이곳 송도갯벌은 7~8년 전 모 방송국이 ‘갯벌은 살아있다’라는 환경프로그램을 통해 갯벌의 중요성을 일깨웠던 바로 그 갯벌이다. 매립지 주변의 갯벌도 모래갯벌에서 어느새 진흙갯벌로 바뀌었다.
지난 99년 6월 전문가들이 이곳 매립지에서 검은머리갈매기 성조 30여마리와 쇠제비갈매기 500여마리, 흰물떼새 200여마리, 검은머리물떼새 15마리 등이 집단으로 번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서식지 보호를 위해 발표하지 않았다. 이곳은 인천시 물관리과(032-440-3644)에 사전출입 신청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빼앗긴 땅’이다.
송도매립지는 한강하구와 강화도 남단갯벌과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 있다. 지난 겨울 추위와 눈을 피해 한강 하구 등지에서 남하한 오리류들이 최소한 1만마리가 관찰됐다며 지역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송도 신시가지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송도매립지를 지나서 30여분 차를 달리면 소래포구가 나온다. 소래포구는 지난 1933년 염전이 들어선 이래 협궤열차가 수원~인천을 오가며 소금을 나르는 등 숱한 정취로 가득한 곳이다.
지금은 운행이 중단된 수인선 협궤열차의 모습을 비롯해 소래염전, 소래철교, 새우젖 시장 등 포구의 옛 모습을 담은 컬러 흑백 사진들이 최근 이곳 논현동 해양생태공원(032-453-2103) 내에 연중 특별전시되고 있다. 소래포구에는 만조가 된 송도갯벌로부터 검은머리갈매기 괭이갈매기 민물도요 등이 찾아든다. 겨울철 한강 하구가 얼 때는 고방오리 등 오리류의 피난처이기도 하다.
소래포구를 둘러본 뒤 다시 아암도 해안공원을 거슬러 인천 월미도 선착장으로 가서 영종도 사이를 오가는 카페리를 타면 인천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4천원 정도만 내면 승용차를 탄 채 10분 안에 영종도에 닿는다. 카페리호 선미엔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등 온갖 갈매기떼가 하얗게 몰려들어 승객들이 던지는 과자류를 받아먹으며 재롱을 선사한다.
‘갯벌의 전형을 자랑하던 인천 송도갯벌, 새로운 부활은 언제쯤 가능할까’ 개발의 날선 바람을 맨몸으로 맞고 선 생명의 땅을 바라보며 기자는 상념에 젖었다. / 김해창기자
탐조상식-새 소리의 의미
미국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의 역저 ‘침묵의 봄’처럼 새소리가 없는 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새의 소리는 영감의 원천이자 새를 구별하는 주요 포인트이다. 새들은 포유류와 달리 후두에 성대가 없고 대신 울음관에서 소리를 낸다. 새 소리는 크게 지저귐과 노랫소리로 나뉘는데, 노래는 성적인 것과 관련되고 지저귐은 의사소통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있다.
새 소리는 △무리 형성과 이동 △먹이 △포식동물 및 적의 출현 △어미와 새끼와의 관계 △성행동 및 그와 관련된 공격성에 따라 달라진다. 북미의 지빠귀 등은 밤에 이동할 때 울고 기러기 등 무리를 짓는 조류는 먹을 때나 집할할 때 날아갈 때의 신호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새의 지저귐은 대부분 한마리의 수컷이 다른 수컷에 대해 자기의 세력권을 주장하여 출입을 금지시키는 경고의 소리이다. 조류의 지저귐은 환희의 찬가가 아니라 라이벌에게 던지는 거친 말인 것이다. 박제한 수컷을 놓고 녹음기를 써서 수컷 울음소리를 내면 그 박제는 공격을 당하지만 암컷 박제는 공격당하지 않는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새들의 지저귐이 가장 심한 것은 이른 아침이며 낮이 됨에 따라 점점 적어진다.
일반적으로 깃털의 색깔이 수수한 새들이 화려한 새들보다 노래소리가 곱다. 또한 같은 조류지만 지저귐은 다르다는 사실이다.
울참새의 경우 884종의 각기 다른 울음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뉴욕주의 코넬대학 조류학연구소는 전세계 1만5천여 개체의 새소리를 수집해놓고 있다고 한다.
/ UPI 동물대백과 조류편 참조
`지킴이` 환경을 생각하는 인천교사모임
인천의 갯벌지킴이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인천교사모임’(회장 고재욱·ecoteacher.or.kr)과 인천환경운동연합(032-426-2767) 사람들을 들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인천교사모임 오창길(33·인천 성리초등학교 교사) 회원은 이 모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약 4년간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갯벌은 내친구’등 체험환경교육 기초교재를 개발했는가 하면 인천지역 초중고 교사들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습지기행을 주관하고 있다.
약산초등학교 김재석(32) 교사는 ‘인천교사모임’ 내의 소모임인 ‘도도새’모임의 팀장이다. 도도새란 도토리와 도요새를 합친 이름으로 이창우(29·신석초) 이민규(31·성리초) 정해찬(29·성리초) 교사 등 10여명이 습지와 물새에 대해 공부하고 생태기행을 이끌고 있다. 유은정(여·25·용현남초 기간제 교사)씨는 인천녹색연합에서 어린이 갯벌기행을 담당하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의 이혜경(여·34) 사무차장도 인천갯벌 보전의 중요한 한축을 맡고 있다. 이 사무차장은 지난 99년 송도매립지에 쇠제비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들이 번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지역을 조류생태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녀는 인천환경련 차원에서 지난 2월 송도매립지 겨울철새 서식조사를 했고 송도신도시 계획 정책토론회 등에 참여해 갯벌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밖에 인천환경련 운영위원이자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인 박병상(44) 박사나 서정학(69) 한국조류협회 인천지부장도 인천갯벌 보전운동에 큰 힘이 되고 있다. / 김해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