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넓은 땅이 정녕 바다란 말인가. 저 바다가 뭍이란 말인가. 갯골이 살아 꿈틀대는 강화도 남단 갯벌은 매일 광활한 갯벌 쇼를 펼친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에서 흘러드는 온갖 더러움까지 정화하는 천연정화조. 강화도에 가면 갯벌의 숨소리가 들린다. (사진1-영종대교 위에서 바라본 강화도 - 영종도의 광활한 갯벌. 염습지와 갯골이 잘 발달된 이곳은 두루미 등의 서식환경으로 그만이다.)
강화도 갯벌은 범접하지 못할 역사를 담고 있다. 지석묘, 마리산 참성단, 고려궁터, 강화산성 등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선조들의 숨결이 섬 전체에 배어있다. 천연요새인 강화도는 철새들에게도 철옹성이다. 겨울철 기러기 오리떼와 봄 가을 강화도로 찾아드는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세계적 희귀조의 낙원이다. 서해안에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갯벌로는 강화도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화도 남단은 5월쯤 되면 1만~2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이 몰려든다. 이곳의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두루미 알락꼬리마도요 청다리도요사촌 검은머리갈매기 등은 모두 람사기준에 들어갈 정도로 강화도 갯벌은 생태계의 보고이다.
강화도 갯벌을 보기 위해선 무엇보다 물때에 신경을 써야 한다. 지역의 물때표를 미리 알아놓고 초지진 갯벌로 가보자. 강화대교를 지나 15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초지진. 운이 좋으면 검고 질퍽한 갯벌과 깊은 갯골속으로 오르내리는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두루미의 하얀 자태를 볼 수 있다. 또한 인근 들판에서도 먹이를 먹으러 나온 두루미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을 두루미들판이라고도 부른다.
취재팀은 불행히도 초지진에선 두루미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 뚫린 영종대교 위 난간에 올라 이곳 초지진과 영종대교 사이의 작은 섬에 노니는 두루미 10여마리를 보았다. 망원경속에 아른거리는 두루미들은 마치 농군들이 밭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10년간 강화도를 찾는 두루미의 수는 5~18마리로 약간은 유동적이다. 올해는 18마리가 왔다고 한다. 초지진과 이어진 황산도 갯벌에서는 황오리나 흰뺨검둥오리 등 오리류를 볼 수 있다.
초지진에서 동검도를 지나 선두리 선착장에 이르는 갯벌은 생명의 하모니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5월쯤 되면 이곳에는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저어새 수십마리가 한꺼번에 날아드는 곳이다. 선두리의 택이돈대 앞 갯벌에는 혹부리오리 50~60마리가 염습지 칠면초 사이를 누비며 먹이를 찾고 있다.
해안의 대표적인 오리라고도 할 혹부리오리는 오리들 중엔 덩치가 가장 크다.
선착장 앞 자그마한 돌섬인 각시섬에는 겨울철엔 기러기와 흰뺨검둥오리 등 오리 기러기나 갈매기류를 볼 수 있지만 지난해 10월엔 70~80마리의 저어새도 관찰됐다. 선두리 선착장 오른편 동주농장은 간척한 농경지지만 겨울철 수천마리 기러기들의 텃밭이다. 들판을 걸으면 새보다는 오히려 자연의 소리와 향기에 취하게 된다. 요즘엔 북상을 준비하는 기러기들의 날갯짓에서 부드러운 봄바람을 느낄 수 있다.
선두리 갯벌이 끝나는 곳에는 분오리돈대가 있다. 이곳에 오르면 강화도의 갯벌의 광활함에 놀라게 된다. 물때를 놓쳐 새를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도 분오리돈대에 올라 끝없이 펼쳐진 갯벌을 보면 가슴 가득 밀려오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이곳에 서면 갯벌의 꿈틀거림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진2-강화군 택이돈대 앞 갯벌 염습지에서 먹이사냥에 열중하고 있는 혹부리오리떼. 갯벌을 부리로 훑고 지나가며 먹이를 잡는 모습이 특이하다.)
동막해수욕장으로 더 잘 알려진 동막갯벌을 거쳐 흥왕리를 지나다보면 일명 ‘흥왕리 물꽝’이라고 하는 새우양식장이 있다. 이곳은 작년에 저어새 45마리가 만조때 휴식을 취하던 곳으로 저어새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이 일대에 군부대 막사가 들어서서 위협요인이 증가해 지역활동가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여차리 갯벌은 이동시기에 수천마리의 도요새가 휴식하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갯벌. 이곳에는 강화시민연대 한국해양연구소 등이 물새 뿐만 아니라 저서생물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 환경운동연합과 문화관광부가 공동으로 갯벌센터를 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장화리로 돌아들면 성공회 교회와 인천해양탐구수련원을 만날 수 있다. 이 수련원은 지난해 5만여명이 찾았으나 프로그램 운영의 미숙으로 오히려 갯벌 훼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장기를 느끼면 이곳 갯벌휴게소(032-937-8880)에 들러 강화식 백반을 들며 여독을 풀어도 좋으리라.
천혜의 강화도도 최근 개발 열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길목마다 예전에 없던 가든이며 모텔 등이 들어서고, 초지진~장흥리를 비롯한 강화도 전역에 해안순환도로가 진행중이다. 오는 29일 개항되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초지진쪽과 김포시를 잇는 강화제2교가 개통되면 강화도도 더이상 철새에게 요새가 될 수 없을 것같다.
/ 김해창기자
탐조상식 '새와 상징'
새는 불사조 피닉스에서부터, 평화의 상징 비둘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징성을 띠어왔다. 피닉스라는 전설속의 새는 스스로를 태워 재가 되고 그곳에서 새로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중세시대엔 그리스도의 부활로 은유가 되고 문학에도 많이 인용됐다.
인도의 전설에 나오는 새인 가루다는 힌두교의 신 비시누에게 바쳐지는 새였는데 지금은 인도네시아항공의 심벌이기도 하다. 호주의 원주민들은 할미새를 남자의 비밀을 여자에게 쉽게 옮기는 고자질쟁이로 보고 있다. 독수리는 고대 바빌로니아 아쉬르신의 상징으로 권력을 상징한다. 독수리는 오스트리아 독일 폴란드 러시아 등 제국의 상징이었으며 오늘날 미국의 심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까치를 길조로 보고 나라새로 삼고 있다. 그러면 각시도의 상징새는 무엇일까. 서울시 대전시 충북도 전북도는 까치를 시·도조로 삼고 있다. 이 밖에도 비둘기(광주·경기) 산비둘기(전남) 독수리(대구) 두루미(인천) 백로(울산) 뻐꾸기(강원) 원앙새(충남) 왜가리(경북) 백조(경남) 큰오색딱따구리(제주) 갈매기(부산) 등이 있다.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도 자세히 보면 광안리와 해운대백사장에서 새우깡을 받아먹는 붉은부리갈매기, 낙동강하구에서 처음 관찰돼 학계에 보고된 세계적 희귀조인 고대갈매기, 건강한 갯벌생태계를 반영하는 검은머리갈매기 등 겨울철새와 사철 만날 수 있는 고양이울음의 괭이갈매기가 있다.
'지킴이' 강화시민연대 신성식씨
(사진-동막갯벌에서 해안쓰레기 조사활동을 펴고 있는 김금옥 황선미 신성식씨(왼쪽부터))
‘강화도 갯벌 뒤엔 강화도시민연대 회원들이 있다’.
강화도 갯벌 지킴이로는 강화도시민연대(032-933-6223) 집행위원이자 강화발전연구회(032-934-0560·www.gdi.or.kr) 사무국장인 신성식(39)씨를 들 수 있다. 10대째 강화 토박이인 그는 김포에서 학원을 경영하며 시민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강화도 갯벌 보전을 위해 최근 강화도 해안순환도로 건설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강화도시민연대 사무국장 황선미(37)씨는 교사인 남편을 따라 강화에 정착했는데 주위에서 토박이보다 더 강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강화도시민연대 생태분과위원회 갯벌팀장 한영옥(34)씨는 생태관광을 안내하는 가이드 활동에 열심이다. 갯벌에 관한 사업은 주로 그녀의 몫이다. 생태분과위원회 총무인 김금옥(33)씨도 생태가이드 활동에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주로 조류관찰과 저서생물 조사에 뛰어나다.
강화도시민연대는 강화발전연구회 강화경실련 등 7개 지역단체의 네트워크로 강화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화발전연구회 이사장인 윤희선(58)씨는 강화농산 대표인 지역유지로 이들 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김해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