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를 본 적이 있나요. 그것도 불과 수백곒 앞에서 6∼7마리나 되는 황새가족이 아침잠에서 깨어나 노니는 모습을. 황새의 걸음걸이를 보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 다가는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가슴에 와닿을 정도로 그 우아한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서산간척지 1만5천㏊는 그야말로 「철새들의 낙원」이다. 현대건설이 천수만 갯벌을 매립해 농경지로 만든 A·B지구에서는 지금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흑두루미 등 10여종의 천연기념물을 만날 수 있다.
철새를 만나려는 탐조인들은 우선 부지런해야 한다. 철새는 아무때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들은 일출 후 1시간, 일몰 전 1시간 등 하루 두 차례 먹이를 찾아 이동하기 때문에 이들이 펼치는 비상과 군무를 마음껏 보려면 이 시간대에 탐조기행을 나서야 한다.
서산간척지 A ·B지구의 철새를 만나려면 간척지 인근 간월도리에서 1박을 하는 것이 좋다. A지구 출입통제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민박집인 간월도 차부상회(041-662-2724)에는 알음알음으로 전국의 탐조꾼이 모인다. 인근 도로공사장 식당에서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간척지로 들어가보자. A지구 통제소에선 철새보호차원에서 출입자의 신분증을 요구하는 만큼 주민등록증 등을 맡겨야 탐조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초소를 돌아 왼쪽 2차선 농로를 차로 5분 정도 들어가면 20∼30m 넓이의 첫번째 하천이 나온다. 이곳이 황새 탐조포인트다. 운이 좋으면 하천 위쪽 500∼600m거리에서 황새를 만날 수 있다. 육안으로 보아도 몸이 하얗고 날개 끝이 검은 황새가 자그마하게 보인다. 쌍안경이나 필드스코프로 보면 황새의 우아한 자태를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황새는 전세계적으로 2천여 마리에 불과한 멸종위기종으로 천연기념물 제199호.
조선시대 문인화가들이 그린 화폭에 등장하는 「소나무 위의 학」이 바로 황새다.
취재팀은 오전 8시께 황새 6마리가 이곳 얼음언 개천에 한발로 꿈쩍하지 않고 서있는 모습을 망원렌즈에 담을 수 있었다. 1시간 뒤 어디선가 황새 1마리가 합류, 7마리가 노닐다 건너편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온 황새녀석이 기자일행을 발견하고 일러바친 것일까.
황새를 관찰한 뒤에는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나러 가 본다. 간월호 중간둑을 건너해미비행장쪽 해미천으로 가다보면 만나는 콘크리트다리 부근이 노랑부리저어새,왜가리, 쇠백로, 중대백로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숟가락같은 부리를 가진 노랑부리저어새는 천연기념물 제205호. 간월호 한 가운데 모래섬(사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43호 흰꼬리수리와 만날 수 있다.
농로 주변 논은 온통 기러기떼다. 구획이 지어진 논안에는 수백마리의 기러기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현재 이곳 간척지엔 5천여 마리의 기러기떼가 월동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흰기러기도 한, 두 마리 섞여있어 눈길을 끈다. 취재팀은 이곳 저곳을 살피다 흰기러기 한 마리를 발견, 촬영에 성공했다.
A지구를 한바퀴 돌다보면 허기가 느껴진다. A지구에서 B지구로 옮기면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창리해안의 창미식당(041-663-8025)을 찾으면 고향의 손맛을 볼수 있다. B지구에는 현대아산농장 사무실과 대규모 축사가 있으며, 저수지 주변도로를 타고 안으로 이동하면 곳곳에서 탐조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B지구는 A지구에 비해 다양성은 떨어지지만 10~11월에는 황새나 재두루미와 조우할 수도 있고 11~12월에는 B지구 부남호에 10만~20만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머물러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서산간척지에서 관찰되는 조류는 모두 43과, 235종에 이른다. 서산간척지는 우리나라를 거쳐가는 430여종의 철새 가운데 반이 넘는 종을 만날 수 있는 「철새 농장」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난해 10월 이곳 일대에서 가창오리, 청둥오리 등 오리류1만여 마리가 집단폐사했다. 역학조사 결과, 「가금 콜레라」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폐사원인은 아직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서산간척지는 철새의 월동지 및 중간 기착지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적지않은 멸종위기종이 이곳에 많은 이유는 해양성 어종과 민물어종이 공존해 먹이가 풍부하고 넓은 휴식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현대아산농장이 그동안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해 왔던 것도 많은 철새가 날아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현대아산농장이 대규모 기계농을 하기 때문에 일반논에 비해 떨어진 낟알이 많아 기러기떼의 먹이감으로 안성맞춤이고, 논에는 황새가 좋아하는 미꾸라지, 하천새우 등이 풍부하다. 또 죽은 오리·기러기 등을 먹고 사는 맹금류도 번식하기 좋은 곳이어서 이곳은 「먹이·휴식처·안전」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곳 철새들에게 생사가 달린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의 유동성위기로 이곳 간척지가 일반매각에 들어간 것. 일반인이 농사를 짓게 되면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민감한 새들이 사라지게 된다. 요즘 이곳에는 하루에도 3~4대의
관광버스가 들어온다. 일반매각 희망자들에게 농지를 선보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일반매각 실적은 현재 10%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시민환경단체는 『일반매각해선 안된다』며 연대기구를 결성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산간척지로 탐조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은 경부고속도로 유성IC에서 32번 국도를 타고 공주를 거쳐 공주에서 36번 국도로 접어들어 청양으로 간다. 청양에서는 다시 29번 도로를 타고 홍성을 거쳐 줄곧 가다 40번 도로로 접어들면 서산간척지에 닿는다.
/ 김해창기자
《탐조예절》... 원색옷 피하고 소리지르거나 뛰면 안돼
탐조에도 기본 예의가 있다. 우리는 새들의 서식지를 방문하는 손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새를 만나러 갈 땐 우선 야외활동에 맞는 복장을 갖추되 붉은색, 노란색 등 원색의 옷은 피하고 갈색이나 회색 등 주변과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한다. 새의 귀는 매우 발달돼 있으므로 탐조를 하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갑자기 뛰어나가는 등의 행동을 해서도 안된다. 향수나 짙은 화장, 담배연기는 새의 후각을 자극한다. 새를 볼 때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말고 가능한 자세를 낮추는 것이 좋다. 새를 관찰한 뒤 쓰레기는 물론 가능한 한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예의다.
《천수만 지킴이 한종현씨 김현태씨》
충남 서산간척지에는 철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종현(41·서일고교사·사진·naetap@hanmail.net)씨는 천수만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사람이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12월 결성된 「천수만 보전시민연대」(seotaean.kfem.or.kr/chunsuman)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천수만 지킴이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이 김현태(33·부석고 교사)씨다. 김씨는 철새에 관한 한이 지역에서 누구보다 밝은 사람이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인 그는
「한국의 새」라는 개인 홈페이지(soback.kornet.net/∼pintail/)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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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태안 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탐조여행 전문가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가창오리 떼죽음 사건을 언론에 고발하고 사체 수거 활동에 나서는 등 철새들의 거주환경을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하고 있다. 탐조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천수만탐조회(회장 이창식 한서대 교수·041-669-9180)로 연락하면 안내를 받을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