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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9>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다(마르 2, 28)"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하는 날이 안식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24 20:51:0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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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십자가를 이마에 댄 채 기도에 집중하고 있다. 종교인들은 기도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진다. 박상대 신부 제공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논쟁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논쟁은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동시에 반대자들의 생각까지 폭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충분한 논쟁은 때때로 서로 간의 갈등과 긴장을 해소시키기도 한다. 논쟁도 대화의 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논쟁을 즐기셨다. 그렇다고 논쟁을 즐거움의 목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예수께서는 논쟁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동시에 반대자들의 숨은 생각도 드러내셨다. 예수님의 논쟁은 자기계시의 한 방편이었다.

어느 안식일에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밀밭 사이를 질러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제자들이 길을 내고 가면서 밀 이삭을 뜯기 시작하였고, 이것을 지켜본 바리사이들은 예수의 제자들이 안식일 규정을 어겼다고 트집을 잡았다. 평소 때라면 이웃집 밭의 이삭에 낫을 대지 않고 손으로 뜯어먹는 것은 허용되었다.(신명 23,26) 그러나 이 일도 안식일에는 금지되었다. 이삭을 손으로 뜯어먹는 일이 안식일에 금지된 추수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리사이들의 트집으로 논쟁이 벌어졌고, 예수께서는 세 가지의 답변을 제시하셨다. 첫째는 구약성경에도 굶주렸을 때는 안식일 법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것(1사무 21,1-10)이고, 둘째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위해 안식일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셋째로는 예수님이 곧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유대인들에게 안식일 규정은 십계명의 제3계명으로서(탈출 20,8-11), 세상을 창조하시던 하느님께서 엿새 동안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신 것(창세 2,2)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아가 그들은 안식일에 씨뿌리기, 밭 갈기, 추수하기, 묶기, 타작하기, 빻기, 반죽하기 등 39가지의 육체적 행동을 금하는 율법을 준수하였다. 이 율법을 놓고 과연 어디까지의 행위가 금지되고 얼마만큼 허용되는 지를 따져보면, 선의의 행위가 즉시 죄가 되는 경우도 있다. 유대인들에게 안식일은 토요일이고,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주님의 날인 일요일이지만 둘 다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라는 파공(罷工)의 날이다. 파공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안식일은 세상 창조를 완성하는 날인만큼 거룩한 날이며, 또 다른 엿새 동안의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 하느님의 축복과 힘을 받는 날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요일이 되면 교회에 함께 나와 공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그 안에서 축복과 힘을 얻는다. 사람이 신의 축복과 힘을 얻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루인들 살아가겠는가?

하지만 요즘 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주님의 날을 지키기란 참으로 힘들어졌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일의 의무가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겠지만, 먹고 살기가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다고들 한다. 정말 먹고 살기가 바빠서 그런지, 아니면 더 먹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도 있다.

   
누구에게나 파공의 휴식은 필요한 법이다. 다양한 방법의 생업에 종사하는 현대인들에게 안식일이 필히 토요일이거나 일요일이 되어야 한다는 고집은 버리고 싶다. 안식일은 하느님께서 세상 창조를 완성하신 일곱째 날이다. 이날은 우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내가 해내는 행위의 업적이 아니라 하느님의 축복과 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날이다. 이 일곱째 날은 이기심과 탐욕으로 가득 차 나밖에 모르는 땅에게 하늘을 열어주는 날이다. 이날은 내가 또 무엇을 해야 하느냐(what I do)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what I am)를 살피는 날이다. 그래서 나의 모든 날들이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고 한 가슴 벅차하며 기뻐하는 날이다.

천주교 부산교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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