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직후 부산 재건에 앞장섰던 리차드 위트컴(1894~1982) 장군 친동생인 로버트 위트컴의 외손자 존 글래스 씨 및 그의 딸 캐서린 글래스 씨와 위트컴 장군의 딸 민태정 위트컴희망재단 이사장이 극적으로 만났다(사진). 지난 14일 부산대 개교 80주년 기념식에서다. 그 전에는 민태정 이사장과 존 글래스 씨 부녀는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민 이사장은 행사에 정식 초청을 받은 반면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신경외과 의사로 은퇴한 존 글래스 씨 부녀는 외할아버지의 발자취를 좆아 첫 한국 방문 길에 올랐다가 위트컴희망재단의 주선으로 참석하게 됐다.
민 이사장의 아버지인 위트컴 장군은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을 설득해 50만 평 규모의 부산대 장전캠퍼스 부지를 마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위트컴 장군은 부산군수기지사령관으로 근무할 당시 1953년 11월 27일 부산역전 대화재로 발생한 이재민 3만여 명에게 군수 창고를 열어 식량과 천막을 나눠준 선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존 글래스 씨의 외할아버지 로버트 위트컴 씨는 위트컴 장군의 친동생으로, 1958~1961년 미국 해외원조기구(USOM) 한국지원대표단 일원으로서 한국산업은행 고문(Adviser)을 맡은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 로버트 위트컴 씨는 한국의 공업화를 역설하고 차관을 도입하며 한국경제를 설계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로버트 위트컴 씨는 1959년 1월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의 공업화와 그 자금 조치’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 것으로 한국산업은행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존 글래스 씨는 “이번 한국 방문 직전에 주미한국대사관에 연락했더니 국가보훈처, 유엔평화기념관을 거쳐 위트컴희망재단과 연결되어 부산대 개교 80주년 행사 참석, 한국산업은행 자료실 방문 일정을 급하게 짜게 됐다”며 “한국을 위해 애쓰신 외할아버지들의 선행과 휴머니즘을 알게 돼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4, 15일 유엔기념공원, 유엔평화기념관, 유엔평화공원 내 위트컴 장군 조형물, 초량교회, 부산근현대역사관 등을 돌며 위트컴 장군의 발자취를 둘러봤고 21일 서울 산업은행 자료실을 방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