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2030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다면 K-관광의 비약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억눌렸던 관광 수요가 폭발하고 관광 트렌드 역시 획기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외래관광객 1000만 명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한류를 접목해 관광대국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김장실(67) 사장을 18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만났다.

김 사장은 “올 3월 말 기준 방한 외래관광객이 170만 명을 넘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2023~2024년 ‘한국 방문의 해’ 캠페인을 통해 외래관광객 1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김장실 사장이 19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올해 외래관광객 유치 목표 등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정록 기자

그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와 한국 관광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김 사장은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비약적 발전을 이뤘는데 2030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다면 한국 국가발전사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6개월 간 3500만 명의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단순한 경제효과를 떠나 국가균형발전차원에서 서울 수도권 1극 체제에 대응해 부울경이 성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산 내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해운대 등 동부산권에 집중된 관광자원과 인프라가 원도심과 서부산까지 확장되면서 관광을 매개로 균형 있는 도시로 발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만약 부산이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다면 부산은 명실상부 K-컬쳐의 심장부로 전세계인에게 송출돼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브랜드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라면서 “관광공사는 전세계 32개 해외 지사를 기반으로 부산 엑스포 홍보를 강화하고 있고, 홍콩, 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 K-관광로드쇼를 개최하며 부산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 관광의 매력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산과 바다, 강이 어우러진 드문 도시”라고 정의했다. 또 “‘돌아와요 부산항에’ 와 같은 대중가요사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한국전쟁 이후 격동의 근현대사를 살아낸 이들의 낭만과 애환의 서사가 어느 곳보다 잘 녹아져 있는 곳”이라면서 “풍부한 스토리텔링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세계적인 케이팝 그룹인 BTS 멤버의 고향이자, 드라마 ‘파친코’의 촬영지이기도 한데 부산관광공사와 이를 관광상품화하기 위한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로부터 2023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25선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부산은 또 ‘커피 도시’로도 뜨고 있는데 내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개최를 도약의 계기로 삼고, 스토리를 잘 입히면 관광에도 큰 시너지가 될 것이라고 봤다.

최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챗GPT’는 향후 관광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김 사장은 “빅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여행계획을 짜는 수준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며 “우리 공사도 챗GPT 활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관광스트업에서 AI 여행 플래너 서비스를 출시했고, 우리 공사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여행정보를 생성형 AI 스피커와 연동해 음성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한국관광통역안내 1330 AI 서비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방소멸의 시대,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자리잡은 ‘체류형 관광’, ‘워케이션’이 지방 소멸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물어봤다. 그는 “지방의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등록 인구 외에 통근·통학·관광·업무 등의 목적으로 체류하는 ‘생활인구’ 개념이 도입됐는데 생할인구 증대를 위해선 관광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공사는 ‘더 자주, 더 오래 머무는 지역 관광시대’ 구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의 장기체류를 유도해 소비 확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력을 더하고, 장기적으로 정주인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 출신인 김 사장은 가난한 환경을 딛고 1979년 행시에 합격, 공직에 입문한 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형편이 어려웠던 경남공고 시절에도 국제신문을 구독한 오랜 애독자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하고, 대중가요에 대한 책을 쓸 정도로 예술에 조예가 깊은 그는 이날 인터뷰 중간에도 50년대부터 80년대를 넘나들며 부산을 무대로 활동한 가수들과 작곡가 작사가들의 이름과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부산 사하갑에서 출마를 준비하기도 했던 그는 내년 총선 계획을 묻는 질문엔 “현재로선 관광공사 사장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