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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잡은 마이크 놓지만, 받은 사랑 돌려 드릴 것”

차경애 KBS부산총국 아나운서

  •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  |   입력 : 2022-09-22 19:57:0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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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생활 접고 내달 안식년 시작
- 퇴임 후 워킹맘·청년에 재능기부

“수습 아나운서 시절 첫 방송으로 15초짜리 시각고지(시보알림)를 했을 때의 떨림이 어제 일 같은데 시간이 참 속절 없이 빨리도 흘렀네요.”

차경애 KBS부산총국 아나운서가 방송생활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전민철 기자
KBS부산총국 차경애(59) 아나운서는 부산 안방 시청자에게는 매우 익숙한 얼굴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지역 현역 남녀 아나운서를 통틀어 그보다 오랫동안 방송을 한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차 아나운서가 다음 달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만 37년6개월 동안 잡은 마이크를 놓는다. 대학(성균관대) 방송국 아나운서 생활까지 합치면 40년 이상 정든 방송을 떠난다. 그는 “하고 싶었던 방송을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하게 돼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차 아나운서는 1985년 서울KBS 공채 11기 아나운서로 입사했지만 서울 근무기간은 4년밖에 되지 않고, 방송생활 대부분을 부산에서 했다. 이런 까닭에 지금도 차 아나운서가 ‘부산 티오’인줄 아는 사람이 많다. 그는 1986년부터 부산총국에서 1년간 순환근무를 할 당시 수습기자이던 지금의 남편(조한제 전 KBS부산총국장)을 만나 1990년 결혼한 뒤 부산으로 내려와 줄곧 부산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서울에서 크게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결혼을 후회한 적 없다. 고향인 서울보다 더 오래 산 부산이 훨씬 익숙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차 아나운서는 시민에게는 방송인으로서의 화려한 모습만 비쳤지만 누구보다 힘들게 직장생활을 한 ‘워킹맘’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여성 아나운서의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육아휴직에 대한 개념도 거의 없었다. 첫째 아이 임신 9개월 차까지 상의 단추를 두 개만 잠근 채 생방송으로 아침 뉴스를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1초라도 늦으면 ‘방송 사고’가 나는 탓에 지금도 방송 시간이 아니어도 늘 알람을 맞추는 게 습관이 됐다.

1990년대부터 줄곧 KBS부산의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한 그는 TV와 라디오 뉴스는 물론 예능, 교양 등 안 맡아 본 프로그램이 없다. 그 중에서도 6년여 동안 진행한 ‘부산 아침마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차 아나운서는 “매주 토요일 아침 생방송으로 진행해야 해 무척 힘들었지만 여러 분야, 다양한 사람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 굉장히 뜻깊은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출연자들과는 아직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아나운서는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부산점자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오디오북’을 제작했고,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화면해설녹음 봉사도 꾸준히 했다. 아나운서부장이던 2010년에는 ‘바른말 고운말 현장교육’을 기획, 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찾아 언어 교육을 하기도 했다. 이 기획은 본사에서 그대로 이어받아 KBS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거듭났다.

차 아나운서는 안식년을 보낸 뒤 내년 정년퇴임 이후에도 나눔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역의 워킹맘이나 청년들을 만나 토크쇼 또는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겠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방송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도, 지칠 때도 많았지만 부산시민으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아 무사히 방송생활을 끝낼 수 있었어요. 앞으로는 제가 받은 사랑을 시민에게 돌려드리면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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