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치료 땐 불안 없애는 게 중요
- 의료보험제 보답 위해 공직 입문
- 코로나에 육아휴직 연기하기도
“심장질환을 앓는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가 좋은 선례가 돼야 그들도 힘낼 수 있으니까요.”
 |
| 신승건 부산 해운대구보건소 과장이 공직에 입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의사인 부산시 해운대구보건소 신승건(40) 건강증진과장은 선천성 심장병을 안고 태어났다. 세 살 때 처음 수술대에 올라 고교 1학년 때까지 총 세 번 가슴을 열었다. 혈액이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돕는 심장 판막이 좁아 이를 넓혔고 이마저도 충분치 않아 인공 판막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쳤다. 어린 시절 자신의 이름 앞에는 ‘환자’라는 타이틀이 자주 붙어 있었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지금은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된 신 과장은 29일 심장병 환우와 지역 환자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약 1%의 확률로 선천성 심장질환이 발생하다 보니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 체력적으로 크게 문제된 적은 없습니다. 더 무서운 건 주위의 지나친 배려가 ‘배제’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환자라고 배려해주지만 때로는 그게 할 수 있는 것을 제약하고 배제하는 게 돼버리기도 하죠.”
누구에게는 어릴 적 자신의 경험이 미래 직업의 분명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신 과장처럼 병을 얻었던 환자가 의사가 되거나, 억울하게 범죄에 희생된 가족 일원이 경찰이 되거나. 중요한 것은 그 업의 의미를 제대로 실천하느냐 하는 것이다. 신 과장은 의사가 된 뒤부터 지금까지 환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한다. 본인이 어릴 적부터 심장병 환자였기에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의사가 된 후 제가 환자의 고통을 그대로 공감할 수 있는 그릇이 되는지 먼저 고민했다”며 “의사도 한순간 환자가 될 수 있듯 아픈 건 남의 일이 아니다. 국민 누구나 치료 과정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아야 하고 응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 게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길이다. 환자 덕분에 의사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어릴 적 우리나라 의료 보험 시스템 덕분에 치료비 걱정을 덜고 치료에 전념해 의사까지 될 수 있었던 데 늘 감사해한다.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개업의를 포기하고 공직에 들어선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업무가 더욱 바빠졌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올가을 가족 일로 1년간 해외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신경 쓰였지만 밑에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육아휴직을 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선별검사와 역학조사, 최근에는 예방접종 업무까지 더해져 보건소 직원들이 정말로 고생이 많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1년 연기했던 육아휴직을 다시 포기할지 고민했지만 과장으로서 육아휴직의 길을 터놓지 않으면 밑에 직원들이 더욱 부담을 느낄 것 같아 결심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의사는 환자를,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고 그들이 안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심장병을 포함한 모든 병을 앓는 아이들 역시 이런 세상에서 비로소 주어진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고 훌륭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신 과장은 경남 거창고, 고려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2019년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 고위정책자과정 동상을 받았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