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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영의 '사람&세상' <10> 출범 30년 부산경실련·참여연대 ‘실무사령탑’ 도한영·양미숙 처장

“자치분권 등 시민 위한 정책의 산실…전문가그룹 재능기부 절실”

  •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
  •  |   입력 : 2021-05-04 19:09:40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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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 등 다양한 영역서 단체 활동
- 역량 키우려 토론·세미나도 활발
- 재정 등 여건상 인력 확보 어려워
- 대안 제시 위한 연구·교육 제한적
- 전문가 참여로 공공성 강화 필요

- BRT 공론화 숙의 민주주의 보여
- 민관협치협은 아직 한계점 뚜렷
- 朴 시장, 시민사회 적극 소통을
- 청년층 유출 지속되면 미래 암담
- 지역 인재 채용 등 재투자 시급

부산의 시민운동은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1990년대 중반 사이에 태동했다. ‘반독재 민주화’의 구호 아래 모인 시민이 6월 항쟁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조직을 구성해 시민운동시대를 열었다. 더욱이 1991년 지방자치제(지방의회)가 부활하면서 지역의 공명선거운동과 새 권력기관 감시, 자치분권 등을 위한 시민적 움직임에 탄력이 붙었다. 부산경실련과 부산참여연대도 그 시기에 닻을 올렸다. 올해 5월로 꼭 30주년이다. 두 시민단체의 실무사령탑 격인 도한영(부산경실련), 양미숙(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과 만나 지역 시민운동의 현주소와 과제 등에 대해 짚었다.
올해 5월로 나란히 창립 30년을 맞은 부산경실련·부산참여연대 두 시민단체의 도한영(왼쪽) 양미숙 사무처장은 “시대 변화 추세에 맞춰 시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아내고, 공공·공익성과 내부 역량 등을 강화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성효 전문기자
-우선, 창립 30주년의 소감이 어떤가.

▶양=그간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것은 회원과 시민 여러분이 지지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30년 연륜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압박감도 많이 든다.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다.

▶도=회원·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큰 힘이 됐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저희는 올해 시민적 관점에서 부산의 주요 분야와 미래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고, 시민운동 진단 측면에서 설문조사나 좌담회 등도 준비할 계획이다.

-과거에 비해 시민사회운동이 전반적으로 달라진 것 같다.

이들 사무처장이 지난달 29일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양=시민단체의 영향력은 줄었다고 본다. 그것이 진보정당이나 각 분야 단체로 흡입된 면이 있고, 언론의 영향력이 늘어난 요인도 크다.

-SNS나 유튜브 등 매체가 다양해진 점도 있지 않겠나.

▶양=그렇다. 이전에는 시민사회단체가 조직해야 집회가 이뤄졌는데, ‘촛불 (시위)’부터는 시민의 자발적 모임이 크게 늘었다.

▶도=초창기에는 대학교수나 명망가들이 주축을 이뤘다. 1970,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바뀌었다. 일반 회원이 활동가로 나서고 시민단체 임원이 되기도 한다. 활동방식 또한 과거엔 큰 이슈 위주였으나 지금은 사회 곳곳의 문제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양=그만큼 풀뿌리 조직이 많이 생겨났다. 핵심 기능으로서의 시민단체 영향력은 있으나, 회원 수 같은 양적인 면에서는 영향력이 줄었다.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처럼 큰 조직체들의 힘이 다른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도=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이 부각되고, 전문단체들이 많이 생긴 점도 영향이 크지 싶다.

양 처장의 경우 10년 전 사무처장이 됐을 때 ‘듣보잡’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종전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사무처장에 올랐다는 의미다. 그는 “저희 단체는 대표를 선출할 때도 외부 영입을 못 하게 한다. (평소) 활동이 검증됐고 약속을 잘 지키는 임원 중에서 뽑는다”고 말했다.

-민관 협치 및 소통은 어떤가. 시민사회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는가.

▶도=과거보다는 비교적 개선되었지만,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내용이 시 행정과 시의회 쪽에 제대로 녹아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양=전임 시장 때는 소통을 많이 하려고는 했다. 여러 위원회에도 종전에 못 들어갔던 시민단체와 교수 등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원하는 식의 소통과 정책 결정이 다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제도적 틀로써 협치협의회도 만들었지만 미비점과 한계가 있었다.

-박형준 시장은 자신의 시민단체 활동(전 부산경실련 기획위원장) 경력을 내세웠는데.

▶도=초기에 (박 시장이) 그렇게 활동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 부산경실련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거나 지역 시민사회에서 뚜렷한 활동이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과거 그런(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다면,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시정과 정책에 잘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양=민관 협치에는 분명히 ‘숙의 민주주의’(공공 의제에 시민이 직접 참여해 합의에 도달하는 민주적 절차)가 들어 있다. 그 점에서 부산의 BRT(중앙 버스전용 차로) 공론화 결정은 좋은 사례다. 당시 1박 2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뿌듯하고 자존감도 올라갔다.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양=사실 시민단체가 전문가집단은 아니니까 전문성은 떨어진다.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제기해야 한다. 따라서 저희는 내부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많이 벌인다. 자체 역량을 키우려는 것이다. 그런 것이 이전보다 더 많이 요구되는 시대다.

▶도=전문성을 보완해야 하겠다. 모든 분야는 힘들더라도 기본적 범위에서는 (전문성을) 충분히 갖출 필요가 있다.

이들 사무처장은 시민과의 소통 노력에도 방점을 찍었다. 시민의 목소리를 더 담아내고,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화할 방법이나 콘텐츠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다. 그런 맥락에서 시민단체와 시의회 언론 등이 상호 시너지 효과를 위한 협업 필요성도 내세웠다. 전문가 그룹과의 결합도 마찬가지다.

▶양=서울의 시민단체에는 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한다. 서울참여연대만 해도 사회복지 분야에서 전문가 100여 명과 결합돼 있다. 반면 부산은 그렇지 못하다. 전문가 그룹의 재능기부를 통한 참여가 절실하다.

▶도=인력 확보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 예를 들어 시민단체에 젊은 활동가들이 귀하고, 자주 바뀐다. (임금이 적고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껴서 그런지) 1년 정도 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양=시민단체의 (빠듯한) 재정이나 인력 여건상, 정밀한 대안까지 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상근직) 초봉이 중소기업 수준도 안 된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대안 제시를 위해서는 연구와 교육,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지 않나. 그렇다고 우리가 그냥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근거를 가지고 한다. 그 바탕은 어디까지나 공공성과 공익성이다.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하면 작은 재원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니,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더 기울이겠다.

-그간 지방자치·분권이 추진돼 왔지만,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도=한마디로 퇴보한 것 같다. 주민자치가 본질인데,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 행정정보 공개 등이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허울뿐이고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30년이 흘렀지만 중앙집권체제도 변함이 없다. 기득권과 엘리트 중심의 운동이 진행돼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상층부 위주가 아니라, 시민이 함께할 수 있도록 주체를 훨씬 더 밑으로 내려야 한다. 그리고 정치를 비롯해 경제 문화 사회 교육 등이 모두 중앙에 쏠린 구조를 깨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종합적인 분권운동이 필요하다.

▶도=자치분권뿐만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문제도 심각하다. 지금처럼 청년층 감소·유출(수도권 초집중)이 지속되어서는 지방과 부산의 미래가 암담하다. 지역사회가 이를 해결하는 일에 지혜와 역량을 모아나가야 한다.

▶양=지역순환 경제와 지역 재투자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예컨대 가덕신공항 건설이나 대규모 지역 개발사업을 하면 (수도권 등의) 대기업체가 거의 다 가져간다. 개발수익 환수도 있지만, 지역인재 채용이나 지역상품 구매 등이 이뤄져야 한다.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의 사례처럼 금융 부문이나 개발사업 면에서 어떻게든 지역에 재투자를 하라는 말이다. 이를 모든 분야에 확대하는 것이 절실하다.

시민운동은 공공성과 비정부, 비영리 등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 힘은 지역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터다. 두 사무처장은 “권력기관들이 시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제 역할을 잘하도록 만들고, 살기 좋은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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