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예술인 출신 첫 문화행정가
- “코로나 여파 문화예술계 황폐화
- 공적기관이 예술인 후원자 돼야”

최근 부산 을숙도문화회관에 부임한 홍희철 관장은 현직 예술인(지휘자)으로서는 처음으로 지역에서 문화행정가로 활동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지역 예술인들의 기대가 크고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홍희철 을숙도문화회관장이 회관 운영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그는 취임사에서 ‘올해만큼은 서울에서 가져오는 기획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홍 관장은 “서울 예술가를 배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코로나19로 지역 문화예술계가 황폐화한 때에 지역 예술가를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술인은 대부분은 프리랜서다. 코로나로 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자신의 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 자체가 줄어들면서 생계가 힘들어 택배물류센터나 오토바이 퀵 배달 등 투잡에 나선 후배들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상황이 이러니 올해만큼은 더 많은 지역 예술인에게 무대를 열어주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홍 관장은 “공적기관이 예술인의 후원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해서 재능을 발휘할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취임소식이 알려지자 문화예술계의 기대가 남달랐다. 그는 부산시립예술단 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 부산국악오케스트라 BKO 지휘자,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등을 거친 현직 예술가다.

그는 “현직 예술인이 관장이 된 게 처음이라 주변 동료 예술인에게서 많은 격려와 축하를 받았다. 그런 만큼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홍 관장은 “모든 예술분야에서 지역 예술인을 찾는 노력을 더 하겠다. 그럼으로써 지역민에게 전보다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지역문화회관의 공공성까지 함께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을숙도문화회관만의 대표 상품을 ‘명품콘서트’와 ‘오페라 축제’로 꼽았다. 명품콘서트는 주로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채워진다. 홍 관장은 7회째를 맞이한 오페라 축제에 많은 관심을 부탁하면서 “올해는 지역 오페라 가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며 다시 한번 지역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힘을 실어 줘야 할 때는 과하다 싶게 해야 효과가 난다. 이 계획이 발표되자 서울지역 기획사의 항의전화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고 그런 만큼 지역 예술인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홍 관장은 “을숙도문화회관을 서부산을 대표하는 문화회관으로 만들겠다”며 “부산의 인구 3분의 1을 차지하는 서부산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서부산 지역민들이 교통체증이 심한 저녁 시간에 부산문화회관이나 영화의전당까지 가는 건 쉽지 않다. 좀더 편하게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을숙도문화회관 바로 가까이 부산현대미술관과 비엔날레 야외조각공원이 있어 이곳에 오면 여러 가지 문화적 체험이 가능하다. 많은 분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