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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보고인 부산 근대건축물에 관심을”

최윤식 문화골목 대표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0-09-16 20:19:48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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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건축 잊힌 거리’ 출간
- 펜그림으로 부산세관 등 되살려
- 후학들에 좋은 참고자료 희망

부산은 1876년 강화도 조약 체결과 부산항 개항으로 한국 근대화의 물꼬를 튼, 가장 숨가쁘게 변화한 곳이다. 당시 부산항은 물자가 드나드는 단순 무역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외부 세계와 연결하고 근대로 나아가는 통로였다.

최윤식 문화골목 대표가 개발되기 이전의 부산항·영도다리·광복로·부산역·부산세관 등 68점의 건축물을 세밀화로 그린 책 ‘사라진 건축, 잊힌 거리’를 통해 근대도시 부산을 소개하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windstorm@kookje.co.kr
이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경제적 성장기를 거치면서 일제의 관공서부터 대자본으로 지은 백화점이나 극장, 서민 삶이 배어 있는 시장과 학교까지 변화를 보여주는 숱한 건축물이 세워졌다. 당대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증거였고,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의 장소였다. 그러나 경제개발과 산업화, 일제 잔재 청산의 거센 물결은 그 흔적과 기억을 쓸어버렸다. ‘근대도시’ 부산의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들과 거리의 풍경은 시간이 흐르면서 훼손되거나 사라졌다.

부산에서 문화 교류와 소통의 공간인 문화골목을 이끌고 있는 최윤식(62) 대표는 최근 출간한 ‘사라진 건축, 잊힌 거리’(루아크)를 통해 근대도시 부산을 세밀화로 남겼다. 책에는 개발되기 이전의 부산항·영도다리·광복로·대청정거리와 1953년 대화재로 소실된 옛 부산역, 1970·80년대까지 자리를 지키다 철거된 부산세관·상품진열관·조선상업은행 등 68점이 담겨 있다.

“부산세관 건물은 복원하려 해도 똑같이는 못 만듭니다. 겉모습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도 당시 건축기술의 디테일까지 담을 수는 없지요. 건물에 쓰인 돌을 깎아냈던 석공이나 창을 만들었던 기술자를 되살려낼 수도 없고. 전공이 건축이고 건축사라 이런 건축물을 펜그림으로라도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사진자료 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건물도 많다. “남아 있었으면 참 좋았을, 지금은 사라진 혹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건축물과 거리 모습을 선별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사진자료를 찾아서 그렸고, 인물이나 자동차 수목 등을 더해 그 시대의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그렇지만 사진 자료가 있어도 흐릿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부분이 많고 구도 탓에 사진에 다 담기지 않아 건축물을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부분은 건축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그렸어요.”

책에서 다룬 근대건축물 중 지금 남아있는 것은 22곳 정도다. 앞으로도 하나둘 헐려 사라질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이 부산 역사를 간직한 근대건축물에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인공 건축물도 오래되면 그것 또한 자연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자연 파괴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이 후일 부산의 근대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최 대표는 인터뷰 도중 범어사 관룡사 등 전통 사찰을 펜으로 그린 그림도 건넸다. 그림 속 범어사는 현재 모습과 사뭇 달랐다. 지금과 비교하면 더 웅장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이런저런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비어있던 공간을 빼곡하게 채워버렸다. 예전에 사찰에서 느꼈던 정취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 훼손돼 가는 사찰을 그림으로라도 보존하려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앞으로 전통건축물은 물론 경남 진해, 전남 목포, 전북 군산 등에 남아있는 근대건축물도 펜 그림으로 남길 계획이다. 부산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8년 부산 남구 대연동 대학가에 소극장 등 문화시설과 상업시설이 공존하는 ‘문화골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가산건축사사무소 대표와 비영리 문화단체 ‘문화호위단 장용영’ 대표도 맡고 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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