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례 ‘1975~87년’ 규정 잘못돼

- 市 서고 뒤져 자료정리 필요
- 경찰도 피해자 등에 사과 절실

“부산시 조례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의 형제복지원에서 수용자를 대상으로 발생한 인권유린사건을 말한다’고 규정하죠. 잘못된 겁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조사는 1960년 형제보육원의 설립을 시작점으로 해야 합니다.”

동아대 남찬섭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9개월간 참여했던 형제복지원 실태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동아대 남찬섭(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부산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 조사’(형제복지원 용역)의 책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번 용역 결과가 인쇄소로 넘어간 시점이 지난달 31일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약 9개월 동안 조사를 진행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국가기관 차원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진행됐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조사가 피해자의 구술 채록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엔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 등이 이뤄졌다.

남 교수는 형제육아원의 설립이 형제복지원 사건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형제육아원이 형제원, 형제복지원 등으로 세를 불려가면서 인권유린이 계속 벌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1975년 이전 피해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1970년에 피해를 입었다는 분이 나오기도 했죠. 부산시 기준으로 보면 이런 분들은 피해자가 될 수 없는 것이죠. 형제복지원뿐 아니라 형제육아원을 기준으로 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조사는 험난했다. 남 교수 팀은 부산시가 운영하는 형제복지원피해신고센터(뚜벅뚜벅센터),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 형제복지원피해 생존자(실종자·유족) 모임 등을 통해 명단을 수집했다. 3개 단체에서 480명의 명단을 뽑아 중복된 30여 명을 뺀 450여 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한 접촉을 시도했다. 이중 149명이 조사에 참여했고, 심층인터뷰에 응한 이는 피해자 유족을 포함해 39명뿐이다. “연락을 하면 다짜고짜 화를 내는 분도 계셨고, 약속한 날 아침에 인터뷰를 거절한 분도 계셨습니다. 가족 면회에 끼어서 조사하거나, 요양시설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조사한 경우도 있었죠”

남 교수는 경찰의 책임을 강조했다. 형제복지원은 경찰, 검찰, 행정기관이 지역사회 복지법인과 광범위하게 얽혀 벌어진 사건이다. 이중 검찰과 행정기관(부산시)은 늦게라도 사과했지만, 경찰의 사과는 아직이다. 남 교수 팀의 조사에 따르면 형제복지원 사건의 원인이 된 1975년 내무부훈령 410호(부랑인의 신고, 단속 등에 관한 업무지침) 이전에는 경찰에 의해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이는 20%정도였다. 하지만 내무부훈령 이후에는 60%가량이 경찰에 의해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형제복지원이 유지된 데는 경찰의 협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부산역 대합실의 담배연기를 피하려다 경찰에 잡혀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경찰이 멀쩡한 사람을 ‘부랑인’으로 낙인찍어 형제복지원에 넘기고, 뒷돈을 받는 등의 구조가 만들어 진 것이죠. 늦었지만 경찰도 사과해야 합니다. 그게 최소한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아쉬운 부분도 남았다. 이번 조사는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가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요양시설 등을 전전하는 ‘재원피해자’ 조사에 무게를 뒀다.

남 교수팀은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의 협조를 받아 보건복지부를 통해 전국의 관련 시설에 재원피해자 수용 여부를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대부분 무시당했다. “연구용역을 통한 조사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죠. 우선 전문 자료 조사원을 고용해 부산시 서고를 뒤져 관련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권한이 있는 국가기관 차원의 구체적인 조사는 당연하고. 형제복지원 부지의 유해발굴도 필요한데… 이젠 아파트 단지라서 사실상 힘들겠죠?”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