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업황 악화 뒤 적자 늪
- 고통 분담하며 기술개발 매진
- SUS탱커·참치선망선 건조 등
- 특화 전략으로 부활의 기지개
- 노사 협상 5년째 무교섭 타결
국내 조선업계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왔다. 최근 수주가 이어지며 조선 및 조선기자재 업계에도 흑자 전환과 같은 낭보가 나온다. 올 초 첫 희소식을 전한 지역 기업이 있다. 바로 부산 영도구에 본사를 둔 중소 조선소 ‘대선조선’이다. 1945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민간 자본 조선소인 이 회사는 오랜 업력과 탄탄한 기술력으로 입지를 다져왔으나 2008년 업황 악화로 2010년 자율협약을 맺었다. 이후 계속 적자를 이어갔고 2012년에는 한 해 영업손실이 1740억 원에 달할 정도로 혹독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채권단 관리에 돌입한 지 8년 만인 지난해 영업 흑자를 실현했다. 지난 4월 취임한 대선조선 이수근 대표를 본사 사무실에서 만나 그 과정과 비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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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조선 이수근 대표가 자율협약 8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낸 과정과 비결을 얘기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이 대표는 “모든 구성원이 생존을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원가를 절감하며 기술 개발에 노력했다. 무엇보다 회사의 존재 이유와 지향할 목표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우선 회사 경영진은 머리를 맞대 틈새시장을 찾았다. 시황이 본격 회복될 때까지 남들이 하지 않는 특수선 분야에 집중하자는 특화 전략이 그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적극 지원에 나선 것은 물론이다.
대선조선은 이제 ‘특수선 전문 조선소’로 거듭났다. 국내에서 특수 용접 기술이 필요한 스테인리스스틸 석유화학제품선(SUS탱커)과 참치선망선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대선조선이 유일하다. 일본이 꽉 잡고 있던 SUS탱커 부분에서 일본 선사로부터 수주할 만큼 경쟁력을 키웠다. 최근 4년간 국내서 발주된 총 17척 중 16척을 대선조선이 싹쓸이했다. 그간 외국에서 건조해왔던 참치선망선도 한 척 가격이 3000만 달러 수준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된다. 올해도 국내 원양어선사가 발주한 참치선망선 2척을 인도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심혈을 기울인 분야는 ‘연안여객선’이다. 그는 “연안여객선 하부에는 차량을 싣고 위에는 대규모 여객을 태워야 하므로 이를 만드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국내 최초로 연안여객선 선형 개발 국책 과제를 맡아서 수행했다. 해양수산부가 발주한 길이 160m 연안여객선을 수주, 지난해 10월 성공적으로 인도해 현재 완도와 제주도를 오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발주된 5척 중 4척을 대선조선이 수주했다. 이 같은 특수선 전문 조선소가 된 배경에는 100명에 달하는 설계 기술 인력이 있다. 대부분의 중소형 조선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다. 대선조선의 임직원은 총 350명이다. 그는 이어 “직원의 노력과 희생, 의지가 뒤따르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고통을 분담해 임금을 깎고 때론 뼈아픈 구조조정을 감내했다”며 “또 정기적인 경영 설명회를 통한 경영 현황을 공유하고 노사 화합 활동과 같은 ‘열린 마음 열린 경영 문화와 시스템’도 재기를 도왔다”고 강조했다. 대선조선 노사는 올해 5년 연속 무교섭 타결을 이뤄냈다.
이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9.6% 증가한 1582억 원, 영업이익은 44억 원을 달성했다. 올 연 매출액은 3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구성원의 노력에 보답해 올해 임금을 원상 복귀하고 격려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10년 만에 신입사원 15명을 공개 채용해 조직에 생동감과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이 대표는 “해외 선주를 개발해 해외 선사 비중을 높이고 흑자 기조를 유지해 경영 정상화를 이른 시기에 달성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정부가 중소형 선사들이 선박을 발주할 수 있게 지원해준다면 조선기자재 업체와 상생하고 지역 대학과 산학 협력해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든든한 지역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출신인 이 대표는 경신고와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에 입사했다. 현대중공업 상무, 현대미포조선 전무, 상근 자문역 등을 거쳐 2016년 대선조선 부사장(기술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