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 정당 출신 21명 의기투합
- 국내 행정사 업계 최대 규모
- “민간기업 이직하면 업무 한정
- 우수인력 소외 현실 안타까워”
- 미국 진출하려는 업체도 지원

얼마 전 ‘보좌관’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국회의원 보좌관의 역할에 극적 재미를 더해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법적으로는 국회의원실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4급 정무직 공무원을 지칭하지만, 시중에는 통상 국회의원을 돕는 모든 비서진이 보좌관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국회의원의 국회 상임위 활동과 각종 특위, 지역구 활동에서 보좌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보좌관 개인이 가진 입법·행정 전문성 역시 상당할 수밖에 없고, 국회 특성상 그 범위가 넓다는 것도 특징이다.

김용주 대표는 “우리 사무소가 국회에서 놓친 사회경험을 쌓을 수 있는 디딤돌이 돼 후배 보좌관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용우 선임기자

김용주 전 대우건설 고문은 이러한 보좌관 21명이 모인 AP행정사합동사무소를 지난해 8월 설립해 이끌고 있다. 행정사업계에서는 사실상 최대 규모 사무소다. 그는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을 지내는 등 30년간 국회에서 활동한 보좌관 출신이다.

김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가진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부처의 행정이 전문화·첨단화돼 국민이 필요한 절차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국회 경험을 살려 국민과 공무원의 통역사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국회 보좌관 출신이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는 현실도 합동행정사 사무소를 차린 이유다. 김 대표는 “보좌관 출신이 민간에 진출했을 때 대체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대관업무에 한정돼 있고, 해당 국회의원의 운명에 따라 우수 인력이 사장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사무소의 특징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여야 4당 소속 보좌관 출신이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간은 물론 보좌진 사이에서도 거리를 두는 국회 상황은 먼 나라 일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특정 당이 아무리 입법이나 조례를 낸다고 해도 통과되는 일이 없다. 각 당의 이해와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했고, 30년간 국회에서 봐왔던 여야 보좌관 출신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다니면서 사무소에 합류시켰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여야 4당 보좌관 출신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이력과도 무관치 않다. 부산 배정고 출신으로 성균관대를 나온 김 대표는 한국국방연구원 정책기획연구부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송영선 의원 등이 그와 함께 일했다. 이후 13대 국회 김재순 국회의장실에서 국회와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의 역할은 야당 담당 정무비서관. 김 대표는 “첫 국회 생활을 그렇게 시작해서인지 여야 가리지 않고 인간관계를 맺어왔다. 지나치게 편 가르고 진영논리가 더욱 심해진 요즘 국회 상황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회 생활 내내 여야를 넘나드는 활동을 해왔다. 여야 보좌관 모임인 ‘한반도 포럼’을 27년째 하고 있고, 국회 입법 정책 연구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그래서 경력이 오래된 국회 보좌관 사이에서는 ‘큰형님’으로 통한다. 그는 17대 국회 이후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우리 사무소를 보좌관 출신들이 쉼터라고 생각해도 되고, 국회에서 놓친 사회경험을 쌓을 수 있는 디딤돌로 생각해도 좋다. 어찌됐든 보좌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진출을 노리는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를 위해 미국 법인 설립 지원은 물론 펀딩, 마케팅까지 토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미국팀’도 구성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행정사 조직이지만, 협치와 상생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라고 생각한다. 또 보좌관이 국회의원의 비서 역할을 넘어서 고도의 전문직임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