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리수 등 트랜스젠더 수술
- 350여 명 거쳐 가 세계적 권위
- 올해 정년퇴임 앞두고
- 성악 공연·책 출판기념회
- 서예·문인화전 잇따라 개최
가수 하리수를 포함한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아버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350여 명을 성전환 수술해 '신의 손'으로 불리는 그가 예술가로 변신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석권(65) 동아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김 교수는 1995년 당시 스무 살이던 하리수를 남자(본명 이경엽)에서 여자로 성전환 수술했고, 2007년 5월 하리수가 6살 연하의 래퍼 가수 미키 정과 결혼할 때 주례를 맡았다. 당시 하리수는 "김 교수님은 나를 인어공주 같은 완벽한 여자로 만들어주신 아버지"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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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권 교수는 "정년퇴임을 맞아 '인생은 예술처럼'이란 모토를 실천하며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
김 교수는 정년퇴임을 기념해 다음 달 3일 오후 5시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성악 독창회'를, 오후 7시 시민회관 전시실에서 '김석권의 와인세계' 출판기념회와 서예·문인화 개인전시회를 잇달아 연다. 바쁜 병원생활을 쪼개 한 가지를 하기도 쉽지 않을 성악, 서예, 문인화, 와인 책 출판 등 네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이유가 궁금해 지난 20일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동아대병원 신관 818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서실에 잘못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연구실 곳곳에 연습한 서예와 문인화 종이가 빼곡히 쌓여 있어서다.
그는 "그동안 퇴근 후 취미로 해오던 건데 정년퇴임을 맞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한꺼번에 벌여 6개월째 주말도 없이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인생은 예술처럼'이란 모토를 걸고 5, 6년 전부터 서예는 해운 김용권 선생, 문인화는 심천 양시우 선생, 성악은 동아대 음대 김현숙 교수에게 사사했다. 와인 책은 그동안 대한성형외과 학회보와 유방암 환자를 위한 잡지 '핑크리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그는 예술 세계에 심취한 데 대해 "의학은 다소 딱딱해 인문학, 예술과 관련 없어 보이지만 실제 인문학적 배경이 절실히 요구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음악 미술 시가 보충해줘야 의학이 꽃을 피울 수 있어요. 예술과 의학은 깊이 들어가면 서로 통하죠."
일명 '언청이'로 불리는 구순구개열을 비롯한 두개안면성형을 전공한 그가 독학으로 성전환 수술법을 익혀 1986년 우리나라 최초로 남자에서 여자로의 성전환 수술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성전환 수술 명의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간적 연민에서다. "1986년 당시 부산대 의대 전임강사 시절 남자가 찾아와 '여자로 살고 싶어 거세했다. 성전환 수술을 해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어요. 모르는 분야여서 돌려보냈죠. 몇 달 후 음경과 고환을 절단하고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던 또 다른 남성 두 명이 찾아와 '질이 없으니 성생활도 안 되고 여자라고 못 느낀다'며 성전환 수술을 해달라고 애원했어요. 불쌍한 마음이 들어 이 분야를 공부하게 됐어요."
그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육체적 성과 정신적 성이 일치하지 않아 엄청난 고통을 겪으므로 성전환 수술을 통해 성 불일치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흥밋거리나 이상한 사람으로 봐서는 곤란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모두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수술을 받으려면 우선 성인이 돼야 하고, 정신과에서 성 정체성 장애를 지녔다는 진단을 받아야 하고,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원하는 성에서 1년 이상 생활해봐야 하고, 6개월 이상 호르몬 치료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요즘 트랜스젠더를 성적 소수자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초창기에는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는 "성전환 수술은 신의 실수를 바로잡고 불행한 사람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한평생 의술에서 추구해온 성적 소수자의 행복 찾아주기가 정년퇴임 이후 예술로 이어져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 교수는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부산 동아고와 부산대 의대를 졸업했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