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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 한국서 신문방송학 공부한 뒤
- 유학가 회화·건축학 등 학위
- 분야 넘나드는 왕성한 지식욕
- 이번에는 탐정소설 집필 계획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자연 속에서 홀로 있던 민족이에요. 그래서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해도 우리처럼 가까이 있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대화를 하곤 합니다."
지난 13일 부산대에서는 부산대와 유럽연합(EU) 후원으로 '스칸디나비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한시간 반 남짓한 이날 강연에서는 역사 미술 음악 사회 디자인 등 분야를 막론한 이야기가 오갔다. 국내에 광풍이 불고 있는 '북유럽 디자인'에서부터 이 지역 사람들의 생활 습관까지 그야말로 '북유럽 종합선물세트'였다.
이날 강연자는 이희숙(63) 박사. 보기 드물게 1970년대에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눈을 돌린 유학생으로,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이며 각종 매체에 기고를 하는 언론인이다.
이렇게 정리하긴 했지만 이 박사의 경력이나 전문 분야는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공부하고 경험한 분야가 거침없이 넘나들기 때문이다. 학문의 장벽을 넘어 융합되는 통섭의 시대라는데, 이 박사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이를 시도한 셈이다.
부산 영도 출신으로 경남여고를 나와 이화여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노르웨이 국립예술디자인대학에서 회화와 그래픽디자인 등으로 학사와 석사를 받았다. 영국으로 유학가려다가 노르웨이 작곡가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솔베이지송'을 듣고 감명받아 망설임없이 북유럽행을 택했단다. 전공도 당초 계획했던 경영학 대신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할 수 없었던 미술로 잡았다.
그 이후엔 미국으로 건너가 응용미술 분야에서 이슬람과 관련된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영국에서 힌두교 불교 기독교와 이슬람 건축 비교연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펴낸 책도 '스칸디아비아 예술사' '이슬람 캘리그라피'등 다섯 권에 이른다. 구사하는 언어만 해도 8개 국어다.
"많은 일을 하신 것 같다"는 질문에 이 박사는 "내 적성에 맞는 분야가 어떤 건지 몰라서 여러 가지를 다 해봤다"며 "아직도 내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복지 국가'다. 최근 국내에서도 복지가 화두로 대두하면서 이 국가들의 복지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노르웨이로 유학을 갔다가 핀란드 사람을 만나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는 이 박사는 그러나 스칸디나비아 지역 국가들도 최근 변화의 물결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지역도 요즘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어요. 복지 개념이 적은 난민이 전 유럽으로 급속하게 유입되면서 복지 기본 틀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의 난민은 아이는 많이 낳으면서 일은 하기 싫어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평생 공부를 직업으로 삼아온 이 박사는 최근엔 '받아들이기'보다 '내어주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금까지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지식을 받아들였다면 앞으로는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꾸준히 강단에 서고 있다.
"그림을 그리면 창조성이 발휘되고 다른 분야에도 이어지듯, 여러 학문을 연구한 끝은 결국 하나로 모아집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무엇을 해드릴까요?(What can I do for you?)'라고 묻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타고난 지적 호기심이 반감된 것은 아니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탐정소설을 쓸 것"이라고 말한 것만 봐도 그렇다.
"제가 지금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보고 겪은 내용을 녹여서 탐정소설을 써보려고 하는데, 재미있지 않겠어요?"
60대 학자의 눈은 또다시 또렷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