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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동읍 농협조합장에 당선된 김순재 씨가 향후 조합의 운영 방향을 밝히고 있다. |
"아직도 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 저를 선택한 조합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해야죠."
지난 20년간 농민운동에 투신해온 열혈 농민운동가가 최근 자산 1500억 원의 지역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남 창원시 동읍 농협장 김순재(46) 씨.
김 조합장은 전국농민회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창원농민회 사무국장의 직책을 맡고 있다.
평소 개량한복 차림으로 쌀값 인상 투쟁,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 운동의 현장을 누볐던 그에게 양복 차림은 어딘지 어색해 보였다. 그는 "양복이 영 편치 않다. 곧 평상복 차림으로 근무할 생각"이라며 멋쩍어했다.
그는 "그동안 운영해온 퇴비공장을 지난해 처분한 뒤 어떻게 생업을 꾸릴까 고민하다 주변의 권유로 조합장 선거에 도전하게 됐다. 평소 농산물 유통업 개혁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선거에 나서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거는 상대 후보를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조직도 없고 모든 여건이 부족했지만 조합원들을 만나면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당선된 것은 농민운동을 하며 보여줬던 진실성과 개혁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농민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숱하게 받았다. 그의 사회참여 활동은 학생시절부터 시작돼 1990년 농민회 활동에 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김 조합장은 "농협은 그동안 지나치게 금융사업에 치우쳐 있고 농민을 위한 권익사업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쓴 측면이 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농자재 공동구매 및 지역 농산물 판촉 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비닐하우스 등 각종 농자재는 입찰 등으로 단가를 대폭 낮춰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모든 일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그는 "농협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자세와 사기가 중요하다. 곧 지리산 등에서 직원단합대회를 갖고 조직 융화도 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재도 집무실에서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당선 직후 그는 부인에게 "봉급 받을 생각은 하지도 마라"며 큰소리(?)를 쳤다고 귀띔했다. "조합원들의 형편이 나쁜데 어떻게 평생 농민운동을 해온 제가 월급을 챙길 수 있겠습니까.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조합원과 농협을 변화시키는 데 (월급을) 사용할까 합니다."
취재 도중 60대의 조합원 2명이 조합장실 문을 두드렸다. 그들에게 의자를 권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진지한 모습에서 그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