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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악인 유향미 씨가 체력단력을 위해 실내 암벽등반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김성효기자 |
"우락부락하게 생겼을 줄 알았는데, 딴판이네요."
"아니에요, 산에 다니는 사람은 다 유해요."
산악인 유향미(29) 씨의 첫인상은 세계의 고산을 정복하고 다니는 산악인답지 않게 여리고 부드러워 보였다.
유 씨는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고산 대원으로 활동하는 여성 산악인.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산을 탄 경력만큼은 11년차나 됐다. 그에게 "고산 등반가라고 부르면 되겠네요"하고 물었더니 손사래를 쳤다.
"'고산 등반가'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산악인에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알피니스트라고도 하는데, 그 경지에 오르려면 아직 멀었어요"라며 그냥 산악인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만만치 않다. 지난 96년 일본 북 알프스 등반을 비롯해 2000년 태국 프라낭 해벽, 2004년 알래스카 매킨리(해발 6,194m), 2005년 히말라야 푸모리(해발 8,068m) 등의 최고봉을 줄줄이 등정해왔다. 푸모리 등정은 한국 여성 산악인 중 첫 기록이다.
푸모리 등정은 의미있는 산행이었지만, 가슴 아픈 기억도 남겼다. 동료 2명을 산에서 잃었기 때문이다. 푸모리 얘기가 나오자 유 씨의 눈에 눈물이 비쳤다.
"고 정상균 선배는 마지막까지 저에게 신경을 써주셨어요. 마지막 캠프에서 정상을 '칠 때' 저를 꼭 올려보내야 한다고 셰르파(안내자)들에게 부탁을 해주셨어요."
산에 가면 분명 체력 차이가 나는데도 여자를 데리고 가는 다른 대원들이 있었기에 그의 등정이 가능했다고 했다. 남자들과 같이 산을 오르지만 신체적인 조건이 똑같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훈련을 할 때도 걸음이 처지거나 하면 화가 나요. 여자의 핸디캡이 드러나니까요. 또 이런 체력의 차이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산에서 사고가 나면 산이 두렵지 않을까. 그는 "아예 산을 떠나거나, 아니면 더 악착같이 타는 부류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사고 후 산이 더 나를 부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고 싶은 것을 뒤로 미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일 다시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죠."
유 씨는 곧 또 다른 도전장을 던질 참이다. K2 대원 1차 선발을 통과, 현재 이달 말 확정될 2차 선발을 기다리고 있다. 최종대원으로 선발이 되면 세계 최고의 악산이라고 불리는 K2(해발 8,611m)에 도전장을 던지게 된다.
"K2는 등정을 2년 만에 한번만 허락하는 산입니다. 최종대원으로 선발이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꼭 가보고 싶습니다."
그는 왜 계속 산을 오르는 걸까. 산을 오르기 위해 8년간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둔 그였다. 친구들로부터 이젠 그만 하고 돈을 모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채근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는 "달리기 하다 멈추면 넘어지지 않을까요"라고 답한다.
"그냥 '땡깁니다'. 산에 가고 싶다는 갈망이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산에 발을 내디뎠을 때 그 설렘과 가슴떨림, 기대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산에서 본 경치는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짙은 파란색 하늘을 보면 그냥 행복해집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도 참 아름답습니다. 등정 성공 여부는 두 번째 문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