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95> 산안개가 자욱한 풍경을 읊은 명재 윤증

아침저녁 멀리 바라보니 산안개가 자욱하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6-08-18 20:36:22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朝暮遙看澒洞嵐·조모요간홍동람

봉연 남쪽의 태화산은 푸르고도 푸른데(蒼然太華鳳淵南·창연태화봉연남)/ 아침저녁 멀리 바라보니 산안개가 자욱하네.(朝暮遙看澒洞嵐·조모요간홍동람)/ 들으니 충희의 비석은 이미 부러졌다 하고(聽說沖曦碑已折·청설충희비이절)/ 불법 밝힌 한 가람만 천 년을 남았네.(千年興敎一伽藍·천년흥교일가람)

위 시는 명재(明齋) 윤증(1629~1724)의 ‘동각(東閣)에서 즉사(卽事)를 읊다. 삼가 중부(仲父)의 시에 차운한 것이다.’(東閣卽事. 奉次仲父韻) 3수 중 둘째 수로, ‘명재유고(明齋遺稿)’권 2에 들어 있다. ‘위 시는 남쪽의 태화산을 읊었다(右南太華山)’고 적혀 있다.

윤증의 중부(仲父)는 윤문거(尹文擧·1606~1672)로, 1633년 식년문과에 급제해 예조좌랑·제천현감·사간원정언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위 시는 윤문거가 제천현감으로 근무 중일 때 윤증이 그곳에 갔다가 읊은 것으로 추정된다. 3행의 충희는 고려 인종(仁宗)의 아들로 출가해 승려가 된 인물이다. 태화산에 최선(崔詵)이 지은 충희비가 있었다고 ‘신증동국여지승람 권 46 영월군’ 편에 들어있다.

3, 4행은 사람의 자취와 기념물은 세월 속에 훼손되었어도 불법과 사찰의 정신은 오랜 세월 남아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앞의 태화산과 산안개가 천년 세월의 아득함을 자연스럽게 받쳐 주고 있다.

위 시를 지은 윤증은 윤선거(尹宣擧)의 아들로 성혼(成渾)의 외증손이기도 하다. 그는 효종 말년 학업과 행실이 뛰어나 조정에 천거되기 시작해 좌참찬·우의정·판돈영부사 등에 제수되었으나 모두 나가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 윤선거의 묘지명을 계기로 스승인 송시열과 사제간의 의리가 끊어졌다.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갈릴 때 소론의 영수가 되었다.

사흘간 단비가 내린 후 지금은 날씨가 개어 다시 햇볕이 쨍쨍하다. 비가 내리는 기간엔 목압서사를 둘러싸고 있는 지리산에 산안개가 자욱했다. 윤증도 아침저녁으로 태화산에 산안개가 자욱한 모습을 본 모양이다.

필자의 질부(姪婦)인 주경숙(67) 사진작가가 마침 충남 논산의 윤증 고택에 가 촬영한 사진 여러 장을 보내왔다. 윤증 고택의 유명한 장독들과 배롱나무를 찍은 사진도 있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9. 9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9. 9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0. 10“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