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84> 지리산 유람하며 국사암 들러 시 읊은 진주 문인 하겸진

신선의 암자는 자주 드나들던 익숙한 곳이라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6-07-12 19:29:23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仙菴頻慣客·선암빈관객

지팡이 짚고 그윽한 곳 찾아가니(杖策尋幽處·장책심유처)/ 산허리 밝은 곳으로 시야가 트이네.(山腰眼轉明·산요안전명)/ 깊은 구름 속에 천 봉우리는 멀리 이어지고(深雲千峰遠·심운천봉원)/ 고찰엔 욕심 없는 스님 한 분 고요히 계시네.(古寺一僧淸·고사일승청)/ 햇빛은 들쭉날쭉 비쳐 보이고(日色參差見·일색참차견)/ 종소리는 멀고 가까운 곳에서 울려 퍼지네.(鐘聲近遠生·종성근원생)/ 신선의 암자는 자주 드나들던 익숙한 곳이라(仙菴頻慣客·선암빈관객)/ 차 한 잔 나누는 것 또한 따뜻한 인정이라.(茶椀亦人情·다완역인정)

위 시는 회봉(晦峯) 하겸진(河謙鎭·1870~1946)의 ‘국사암에서(國師庵·국사암)’로, 그의 시문집인 ‘회봉집(晦峯集)’ 권 1에 들어 있다.

하겸진은 30세인 1899년 음력 8월 9~24일 지리산을 산행했다. 산행 경로는 진주-하동옥종-하동횡천-하동읍-악양-쌍계사-국사암-칠불사-불일폭포-내원재-묵계-묵계재-청암면-횡천-양보-옥종-진주이다. 21일 쌍계사에 들른 후 국사암을 찾아 위 시를 읊은 것이다. 그는 종종 국사암을 찾았다고 7행에 적고 있다. 위 시는 산중 유람과 고찰의 고요함, 그리고 인간적 온기를 함께 담고 있다.

진주에서 출생한 하겸진은 하홍도(河弘度) 등 많은 문하생을 배출한 송정(松亭) 하수일(河受一)의 후손으로, 아버지는 하재익(河載翼)이다. 하겸진은 17세에 당대 명유인 허유(許愈)를 만났고, 27세에 곽종석을 직접 찾아가 제자가 되었다. 29세 때에는 이승희 송준필 등과 교유하였다.

그는 3·1운동이 일어나던 무렵 유림에서 파리강화회의에 우리나라 독립을 호소하기 위해 작성한 독립청원서에 영남 유림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서명하는 등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하겸진은 현재 진주시 수곡면의 덕곡서당(德谷書堂)에 배향되어 있다.

필자는 아침이면 목압서사 위쪽에 있는 국사암을 자주 찾는다. 통일신라 시대 진감국사가 수행하셨던 국사암에 가면 위 시에 표현된 것처럼 ‘선암(仙菴)’의 분위기를 느낀다. 스님들의 대학원 과정인 율원(律院)이어서 더 고요하다. 오늘 아침에도 천천히 걸어 국사암에 들러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이 암자에서 필자의 집을 거쳐 칠불사로 간 하겸진을 떠올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5. 5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9. 9“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