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一石都輸訝許分·일석도수아허분
책 향기와 이야기 조각들이 맑은 향기로 모여들고(書香談屑集淸薰 서향담설집청훈) / 천하의 문재(文才) 한 섬이 모두 이 자리에 나뉜 듯 놀랍도다.(一石都輸訝許分 일석도수아허분) / 장맛비 내리던 누대에는 은은한 빛이 어려 있고(積雨樓臺生罨照 적우누대생엄조) / 늦 매미 우는 회화나무와 버들은 둥근 구름을 이룬 듯하네.(晩蟬槐柳作團雲 만선괴류작단운) / 산빛은 깨끗한 책상머리에 이어지고, 흰머리 또한 빛나며(山連淨几仍華髮 산련정궤잉화발) / 담장 곁에 누런 술동이 뒹굴어 아직도 취기 남아 있네.(墻臥緗樽且宿醺 장와상준차숙훈) / 모두 합하여 빛나는 별의 수가 일곱이 되었으니(摠爲光芒星數七 총위광망성수칠) / 응당 신선 관청의 문장이 하늘 가까이 닿을 만하도다.(也應仙署逼霄文야응선서핍소문)
위 시는 조선 후기 문인 태화(太和) 홍원섭(洪元燮·1744~?)의 ‘비성의 모임에서 앞 시에 거듭 차운하여 짓다’(秘省雅集 疊前韻(비성아집 첩전운)’로, 그의 문집인 ‘태화집(太和集)’ 권 2에 있다. ‘秘省雅集’이란 비성, 곧 비서성·비서감 계통 관청에서 열린 고상한 모임을 말한다. 위 시는 비 갠 뒤에 누대와 나무 그늘, 책상과 술자리의 정취 속에서 최고 문사 일곱 사람이 모여 청담과 시문을 나눈 흥취를 읊은 작품이다.
시의 말미에 ‘燕巖朴美仲, 李懋官, 朴次修, 柳惠甫, 玉流弟, 靑城及余會者七人’라고 적혀 있다. 연암 박지원과 이덕무(李德懋), 박제가(朴齊家), 유득공(柳得恭), 옥류제(玉流弟), 성대중(成大中)과 홍원섭을 합쳐 일곱 명이 모였다. 박지원과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성대중 등은 당대 최고 문장가이자 시인이다.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는 1777년 중국에서 간행된 시집 ‘한객건연집(韓客巾衍集)’에 시를 실었다. 이서구를 포함해 4명의 시가 실려 ‘사가시집(四家詩集)’으로도 불리는 이 시집은 당시 조선은 물론 청나라에까지 널리 알려졌다.
박지원은 홍원섭의 위 시를 차운하여 ‘홍태화의 비성아집 시에 차운하다(次洪太和秘省雅集韻)’를 읊었다. 그의 문집인 ‘연암집(燕巖集)’ 권 4에 시가 실려 있다. 어제가 절기로 소서(小暑)였다. 요즘 장마철이어서 비가 퍼붓다가 햇볕이 났다가 다시 우중충하기를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