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15> 서당 훈장의 박대에 풍자시 읊은 김삿갓

선생은 와 보지도 않는구나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5-11-02 19:31:0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서당을 진즉 알고 일찍 와보니(書堂乃早知·서당내조지)/ 방에는 모두 존귀한 분들만 있네.(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학생들은 모두 열 명이 못 되는데(生徒諸未十·생도제미십)/ 선생은 와 보지도 않는구나.(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위 시는 김삿갓(본명 김병연·1807~1863)의 ‘어느 서당을 욕함’(辱說某書堂·욕설모서당)으로, ‘김삿갓 풍자 전집’(실천문학사·2000)에 실려 있다. 첫 행의 ‘乃(내)’ 대신 ‘來(래)’로 표기된 곳도 있다.

학생이 10명이 되지 못하는 서당인데, 아이들의 태도가 불손했다. 아마 어른인 김삿갓이 훈장 선생님을 찾았어도 학생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훈장 선생님은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김삿갓은 아마 서당이라면 밥을 내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찾았던 것이리라.

훈장 선생님은 김삿갓의 명성과 그를 대하면 실력이 모자라 창피당할 걸 알고 일부러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삿갓이 위 시를 지었다면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한시의 음을 읽으면 큰 욕이 된다. 그만큼 화가 많이 났다는 뜻이리라.

알다시피 무인 벼슬을 하던 그의 조부 김익순(金益順)이 홍경래의 난 때 항복했다. 김익순은 참형당하고 대신 가족은 무사하였지만 멸문지화 집안이 되어 자손은 출셋길이 막혀버렸다. 그런 까닭인지 그는 스무 살에 혼인한 후 집을 떠나 방랑하는 삶을 살았다. 그의 방랑 구간은 함경북도 길주·명천에서 제주도까지 걸쳐있다.

경기도 양주 회암사 인근 회암동에서 태어난 김삿갓은 전국을 방랑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56세 때 집처럼 드나들던 전남 화순 동복면 구암마을 창원 정씨(丁氏) 집에서 세상을 버렸다. 구암마을에 묻혔다가 3년 후 둘째아들이 자기 집 근처인 강원도 영월로 이장했다.

경성제국대학 출신인 이응수(李應洙 1909~1964) 씨가 대학생 때부터 김삿갓의 시를 수집해 1939년 ‘김립시집’(유길서점)을 출판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필자는 전남 화순 동북면 구암마을 ‘삿갓 문학동산’과 그가 숨을 거둔 창원 정씨 댁을 찾았다. 그가 묻혔던 이 마을 초분지도 둘러보았다. 방문객이 별로 없는지 문학동산과 정씨 댁에 잡초가 무성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7. 7“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