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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03> 고향인 담양에 면앙정을 지어 시 읊은 16세기 문사 송순

그 가운데 정자(면앙정)를 지으니(亭其中·정기중)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5-09-14 18:34:0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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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이면 땅이 있고(俛有地·면유지)/ 고개를 들면 하늘이 있다네.(仰有天·앙유천)/ 그 가운데 정자(면앙정)를 지으니(亭其中·정기중)/ 흥취가 호연하다네.(興浩肰·흥호연)/ 풍월을 부르고(招風月·초풍월)/ 산천을 청해본다네.(挹山川·읍산천)/ 명아주 지팡이 짚고(扶藜杖·부려장)/백 년을 보낼 것이라네.(送百年·송백년)

위 시는 면앙(俛仰) 송순(宋純·1493~1582)의 ‘면앙정을 노래하다(俛仰亭歌·면앙정가)’로, 그의 문집인 ‘면앙집(俛仰集)’ 권 3에 수록되어 있다.

대개의 시처럼 오언이나 칠언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삼언(三言)으로 이루어진 ‘삼언시(三言詩)’이다.

그가 지은 국문 시가인 ‘면앙정가’ 9수와 ‘자상특사황국옥당가(自上特賜黃菊玉堂歌)’ 등 단가(시조) 20여 수 등은 조선 시가문학에 기여한 바가 아주 크다.

특히 가사 ‘면앙정가’는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과 더불어 호남 가사문학의 원류를 이룬다.

위의 ‘면앙정가’는 송순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그가 41세 때인 1533년(중종 28) 김안로를 탄핵하다가 물러나 지은 작품이다. 그는 정자 ‘면앙정’을 지어 자신만의 이상적 공간을 조성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를 위 시에서 드러낸다. 학계에서 송순의 시학(詩學)은 이 ‘면앙정가’에 집약됐다고 해석한다. 그는 1552년(명종 7) 선산도호부사가 되고, 이 해에 면앙정을 증축하였다.

당시 기대승이 ‘면앙정기’를 쓰고, 임제(林悌)가 부(賦)를 쓰고, 김인후·임억령·박순·고경명 등 이 시를 지었다.

애민정신이 컸던 송순은 50여 년간 환로에 있으면서 백성의 어려움을 시로 읊기도 했다. 특히 을사사화를 당해 쓴 ‘상춘가’는 시대 아픔과 백성의 원망을 담아내었다. 한 노파 가정의 몰락을 묘사한 ‘문린가곡(聞隣家哭)’, 연산군 때 갑자사화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 거지로 전락한 선비의 삶을 읊은 ‘문개가(聞丏歌)’ 등이 있다.

필자는 지난 12일 전남 장성 필암서원과 면앙정, 소쇄원을 찾았다. 목압서사에서 차로 1시간 30, 40분 거리여서 일 년에 몇 차례씩 찾는다. 한국가사문학관과 가까운 면앙정에 올라 송순의 삶을 생각하며 위 시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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