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어진 자만이 마땅히 높은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어질지 않으면서 높은 지위에 있으면 이는 그 악(弊害·폐해)을 여러 사람에게 뿌리는 것이다.(惟仁者, 宜在高位, 不仁而在高位, 是播其惡於衆也·유인자, 의재고위, 불인이재고위, 시파기악어중야)

위 문장은 ‘맹자’(孟子)의 ‘이루장구(離婁章句)’ 상(上)에 나온다.

말은 어렵지 않으나 그 속에 함의된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면 결국 인간의 기본 도리에 귀착한다. 지금의 정치는 요순(堯舜)시대의 인(仁)만을 강조하던 시기와는 사뭇 다르다. 고도의 술수(?)와 계산이 내포되어 있다. 정치에는 고단수라는 사람들도 자고 나면 ‘오늘은 또 어떤 정치적 언어들이 쏟아질지 두렵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게다가 여러 나라 정상(頂上)들이 만나는 회담에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다층적이고 복잡한 셈법이 있다.

세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어떤 이들에겐 좋은 정책이 다른 어떤 이들에겐 해가 되는 정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 백성에게도 생활의 도(道)가 있는데, 하물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한다. 거기에다 어짊(仁)이 보태져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패륜아 같은 사람이 높은 지위에 있으면 정치가 후퇴함은 물론 나라와 백성에게 끼치는 해악이 아주 크다. ‘성군(聖君)’이라는 단어의 뜻이 지금은 다소 유연해졌다고 하지만,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해야 백성이 편안하다는 건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으리라.

‘맹자’는 이런 말도 했다. “요순(堯舜)의 도(道)가 있어도 인정(仁政·어진 정치)을 베풀지 않으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없다.”(堯舜之道, 不以仁政, 不能平治天下·요순지도, 불이인정, 불능평치천하)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맥락을 같이 한다.

비가 내리다 그친 초가을 아침에 목압서사(경남 하동군 화개 골짜기)에 앉아 필자가 만든 차를 우려 마시는데, 맹자가 이야기한 경구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말도 ‘맹자’가 하지 않았던가. “행하고도 뜻한 바를 얻지 못함이 있다면 모두 자신에게서 돌이켜 찾아야 한다.”(行有不得, 皆反求諸己·행유부득, 개반구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