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직 남았는데 어디서 봄을 찾으랴(雪殘何處覓春光·설잔하처멱춘광)/ 초당 남쪽 매화나무 가지에 꽃이 막 피려하네.(漸見南枝放草堂·점견남지방초당)/ 봄바람이 복사꽃 살구꽃 피워내기 전에(未許春風到桃李·미허춘풍도도이)/ 단단한 가지에서 상큼한 향기 먼저 알리네.(先敎鐵幹試寒香·선교철간시한향)
위 시는 중국 청나라 초기 문인이자 화가인 운격(惲格·1633~1690)의 ‘눈 속에 피는 매화’(설중매·雪中梅)로, 그의 문집인 ‘구향관집(甌香館集)’에 수록돼 있다.
그는 명말 청초 때 강남(江南) 무진(武進) 사람으로, 자는 수평(壽平) 또는 정숙(正叔)이고, 호는 남전(南田)이다. 운수평(惲壽平)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문인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이 학문에 재능을 보였으나, 혼란한 시대 상황 속에 반청운동(抗淸運動)에 참여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수묵산수화를 즐겨 그렸으나, 왕석곡(王石谷)의 그림을 본 뒤 화조화(花鳥畵)에 전념했다.
눈(雪)이 아직 사방에 남았는데 봄이 과연 올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초당 인근 매화나무에서 꽃이 피려고 한다. 무쇠처럼 단단한 가지에서 상큼한 매화 향이 난다. 봄바람이 복사꽃이나 살구꽃보다 매화꽃을 먼저 피운 것이다. 시인은 그야말로 설중매, 눈 속 매화를 읊으며 봄을 기대한다.
매화를 읊은 시이다. 하지만 시 구절에 매화란 단어는 없다. 그렇지만 눈 속에 선비처럼 고고하게 꽃을 피우는 매화의 자태가 느껴지고 상큼한 향기가 나는 것만 같다. 아마 시인이자 꽃을 주로 그리는 화가가 읊은 시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섬진강 변 다압면 소학정마을에 가장 먼저 핀 매화 말고는 아직은 소식이 없다. 어제 매화가 피었으려나 하고 차산(茶山)에 올라가 봤다. 아직 꽃 몽우리가 조금 열리고 있지만 개화하지는 않았다. 그제부터 봄비가 내렸으니 며칠 사이에 온 천지에서 매화가 피어날 것이다. 이를 아는 광양시가 오는 7일부터 16일까지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매화 축제를 연다. 축제 기간에 해마다 전국에서 100만 명 넘는 관광객이 매화를 보려고 몰려든다. 알다시피 매화는 화려하진 않으나 다른 꽃들에서 느끼지 못하는 품격과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