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00> 고려 때 지리산에 은둔한 한유한을 읊은 조선 후기 정재규

세상 길흉을 아는 건 인간의 일이 아니라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8-25 18:47:0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고조비인간·高鳥非人間

유가에서도 은자로 살아갈 수 있지만(노문감소고·魯門堪笑鼓)/ 세상 길흉을 아는 건 인간의 일이 아니라네.(고조비인간·高鳥非人間)/ 삽암을 시로 읊은 것 또한 후회스러우니(야회삽암필·也悔鍤巖筆)/ 방장산의 방망이 같은 하나의 바위라네.(일추방장산·一椎方丈山)

위 시는 조선 후기 학자 노백헌(老栢軒) 정재규(鄭載圭·1843~1911)의 ‘삽압을 지나며 대비원녹사를 지낸 한유한에 대한 감회가 있어 지은 시’(과삽암감한록사제시·過鍤巖感韓錄事題詩)’로, 그의 문집 ‘노백헌집(老栢軒集)’ 권 1에 있다. 경남 합천군에 살았던 정재규는 지리산을 유람하며 많은 한시를 남겼다. 위 시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 입구 섬진강 변 바위인 삽암에서 한유한(韓惟漢)을 생각하며 읊었다. 한유한은 고려 시대 대비원녹사(大悲院錄事)에 임명되자 정치가 어지러울 것을 예감하고 지리산에 은거했다.

첫 구의 ‘노문(魯門)’은 유가(儒家)를 말한다. ‘감소고(堪笑鼓)’는 굴원이 지었다는 ‘어부사’에서 굴원이 ‘자신은 더러운 세상과 화합하여 살 수 없음’을 말하자, 어부가 빙그레 웃으며 노를 두드려 가며(漁父莞爾而笑鼓枻而去) 이른바 ‘창랑가(滄浪歌)’를 불렀다는 데에서 나왔다. 즉 어부가 한 것과 같은 은자의 생활을 말하는데, 한유한이 지리산에 은둔한 것을 뜻한다. 둘째 구의 ‘고조(高鳥)’는 주나라 무왕이 주왕을 치려 할 때, 나무꾼과 목동이 고조의 둥지를 더듬어 은나라가 망하고 주나라가 흥하리라는 글이 새겨진 붉은 옥을 얻었다는 기록에서 왔다.

즉 한유한이 고려가 어지러울 것을 미리 알고 지리산 자락 삽암으로 들어온 일은 인간 세상에서는 바랄 수 없으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셋째 구에서는 삽암에 대해 시를 짓는 시인 자신의 일 자체가 분수에 넘친 짓이라 후회한다고 했다. 넷째 구에서는 그 이유가 지리산이 방장산이라 불리는 것처럼 삽암도 신선 세계이므로, 인간인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말했다. 고려 은자(隱者) 한유한처럼 지리산에는 뜻 있는 사람이 다수 들어와 산다. 그리하여 지리산에는 고수(高手)가 많다고들 한다. 특히 화개골은 곳곳에 골짜기가 많아 숨어 살기에 적당한 곳이 많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5. 5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6. 6[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7. 7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8. 8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0. 10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9. 9“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8. 8‘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