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78> 구름 속에 묻혀 속세와 단절된 불일암을 시로 읊은 이달

흰 구름을 스님은 쓸지도 않네(白雲僧不掃·백운승불소)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6-09 18:41:1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산은 흰 구름 속에 묻혀 있는데(山在白雲中·산재백운중)/ 흰 구름을 스님은 쓸지도 않네.(白雲僧不掃·백운승불소)/ 길손이 오니 문 비로소 열리는데(客來門始開·객래문시개)/ 온 골짜기에 송화꽃이 시들고 있네.(萬壑松花老·만학송화로)

위 시는 손곡(蓀谷) 이달(李達·1539~1612)의 ‘佛日菴 贈因雲釋 ’(불일암 증인운석·불일암 인운 스님께 드리다)로, 그의 문집인 ‘손곡시집(蓀谷詩集)’권5에 있다.

한국문집총간 제61권에 있는 ‘손곡시집’에는 제1구가 ‘山在白雲中’으로 돼 있어 이를 따랐다. 항간에는 ‘山’이 ‘寺’로 읽히기도 한다. 불일암은 하동 쌍계사 뒤쪽 불일폭포 위에 있다. 이달은 위 시와 같은 시제로 5언 율시도 지었다.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지은 작품으로 추정된다. 불일폭포가 있는 인근은 예부터 청학동(靑鶴洞)으로 불리던 곳으로, 절벽이어서 접근하기가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나무데크로 연결돼 있으나, 바위산을 깎은 잔도(棧道)를 거쳐야 하는 등 여전히 쉬운 구간은 아니다.

첫 구를 보면 불일암이 있는 산은 구름 속에 가려져 있다. 속세와 단절됐다는 중의적 표현이다. 스님은 구름을 쓸려고 하지도 않는다. 스님은 참선을 통해 도를 구하는 구도자이다. 굳이 ‘구름’을 쓸어 없애려 하지 않는다. 구름이 ‘번뇌’를 상징할 수도 있다. 스님은 번뇌 속에서 깨달음을 구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문이 늘 닫혀있다. 스님은 방안에서 결가부좌(結跏趺坐)로 참선 수행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길손이 오자 문을 열었다. 결구인 넷째 구에서는 ‘송화꽃이 시들고 있네’라며 시간이 망각된 공간임을 표현한다. 시간 흐름을 초월한 채 구도에 전념하는 탈속(脫俗) 경지를 묘사한다. 제2, 4구 ‘소(掃)·노(老)’가 압운을 나타내는 운자(韻字)이다.

엊그제 불일폭포에 갔다 왔다. 이전에는 목압서사가 있는 목압마을 위쪽 국사암을 통해 불일폭포에 다녀왔다. 지금은 국사암 올라가는 곳에 울타리를 쳐 일반인 출입을 막고 있다. 쌍계사를 통해 폭포까지 다녀왔는데, 겨우 한 두 사람 만났다. 불일암은 여전히 방문이 닫혀 있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3. 3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4. 4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5. 5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6. 6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7. 7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8. 8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9. 9[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10. 10[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3. 3李 대통령 “다문화가정 지원, 문제 시정하는 게 차별 아냐”
  4. 4장동혁 “박근혜, ‘인재들로 총선 이기고 정권 탈환’ 당부”
  5. 5[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6. 6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7. 7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8. 8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9. 9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10. 10“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1. 1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2. 2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3. 3[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4. 4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5. 5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6. 6이재용 일본 반도체 패키징 거점 방문, 日 소부장 협력 모색
  7. 7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종합)
  8. 8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9. 9동원개발, 협력사와 손잡고 ‘안전보건 상생’ 다짐
  10. 10국산 비만약 에페 공급가, 마운자로보다 40% 저렴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3. 3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4. 4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5. 5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6. 6[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7. 7부산 영도 조선소 러시아 어선 화재…소방대원 1명 부상
  8. 8[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9. 9[한 손 뉴스] 마르는 회야강에 낙동강 물 공급 검토…양산시 타당성 조사 착수
  10. 10밤부터 비 그치고 월요일 오전 맑아져…평년 기온 보일 듯
  1. 1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2. 2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3. 3‘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4. 4“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5. 5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6. 6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7. 7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8. 8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9. 9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10. 10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