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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77> 효행으로 이름난 구한말 하동 양보면 선비 김낙헌

시운이 고르지 않아 깊은 못에 임한 듯하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6-04 18:24:46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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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不齋時運履而臨·부재시운리이임

옛 골짜기 우계엔 먼 산의 푸른빛 깊어(愚溪古洞翠微尋·우계고동취미심)/ 바라보이는 연기와 노을은 여전히 아름답네.(望裏煙霞絶古今·망리연하절고금)/ 속세 등지고 살아도 벼슬 꿈 잊기 어려워(遯世難忘三省夢·돈세난망삼성몽)/ 출세해서 재능 펼칠 생각 늘 품고 있네.(立身恒念五能心·입신항념오능심)/ 자득한 천부적 기질은 뛰어나다만(自得天機飛又躍·자득천기비우약)/ 시운이 고르지 않아 깊은 못에 임한 듯하네.(不齋時運履而臨·부재시운리이임)/ 요산재의 이날 모임 참됨 찾는 즐거움이니(樂山此日眞源樂·요산차일진원락)/ 둘러앉은 우리들 옷깃을 바로잡네.(鼎坐吾人是正襟·정좌오인시정금)

위 시는 우산(愚山) 김낙헌(金洛憲·1862~1907)의 ‘요산재에서 함께 짓다’(樂山齋共賦·요산재공부)로, 그의 문집 ‘우산실기(愚山實記)’에 있다. 그는 경남 하동군 양보면 우복리에서 태어나 살다 46세로 생을 마감했다. 시인이 살았던 시기는 혼란스러웠던 구한말이다. 그가 태어난 1862년(철종 13) 전국에서 농민반란이 일어났다. 그가 세상을 버린 해에는 고종에 이어 순종이 즉위하고 의병 활동이 거세게 전개됐다. 시인이 6행에서 ‘시운이 고르지 않아 깊은 못에 임한 듯하네’라고 한 건 이처럼 급변하는 세상을 의미한다.

그는 우복리 서촌과 하성사의 중간에 있던 서당인 요산재에서 공부했다. 1800년께 용궁 김씨 문중에서 세워 1950년께까지 공부를 가르친 곳이다. 시인이 살던 마을에는 ‘우계(愚溪)’라는 아름다운 골짜기가 있었다. 요산재에 수학한 사람들이 모였다. 서당공부란 선비로서 자세를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그곳에선 절로 옷깃이 여미어진다. 그는 병든 어머니께 손가락을 잘라 피를 드렸으며 용변을 직접 받아내는 등 정성을 다했다. 어머니가 별세하자 피눈물을 쏟으며 뼈가 드러날 정도로 몸이 상했다. 선비들이 연명해 그 효행을 하동부에 올렸다.

필자는 드러나지 않은 선비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또한 서당도 찾아다닌다. 현재 남은 서당은 거의 없다. 이는 지역학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지만, 각 지역에 남아있는 선비정신을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 선비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올곧은 삶의 자세’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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