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어 고생끝에 칠불암에 이르렀다. 암자는 산허리의 넓고 평평한 곳에 있는데, 그 기초와 구조가 참으로 뛰어난 절이다. 서쪽에는 선실(禪室)이 있었는데, ‘亞(아)’자 모양으로 방이 만들어져 있다. 승려가 하는 말이 절을 창립한 이후 한 번도 훼손되거나 개수하지 않아 시종 예전 그대로라고 하니, 이 또한 신기하였다.
日暮艱抵七佛菴, 菴在山腰寬平處而基址結局信名藍也. 西幽禪室以亞字造房, 僧言創寺以後一不毁改終始均溫, 此亦異矣.(일모간저칠불암, 암재산요관평처이기지결국신명람야. 서유선실이아자조방, 승언창사이후일불훼개종시균온, 차역이의)
위 문장은 구한말 애국지사인 연재(淵齋) 송병선(宋秉璿·1836~1905)의 ‘두류산기(頭流山記)’에 나오는 내용으로 칠불사에 관한 부분만 발췌를 하였다. 송병선은 우암 송시열의 9세손으로, 1905년 11월 일제가 을사조약을 강제 체결하고 국권을 박탈하자 그해 음력 12월 30일 통분을 이기지 못하고 독약을 마시고 자결한 선비였다.
위 문장은 그가 지리산 반야봉(1732m) 남쪽인 해발 800m(하동 화개 범왕리)에 자리한 칠불사 아자방에 대해 소개한 내용이다. 그는 1879년에 지리산을 유람하였다. 칠불사는 1세기께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외삼촌인 인도 승려 장유보옥선사를 따라 이 절에 와 수도한 지 2년 만에 모두 성불해 ‘칠불사’라 이름 지어졌다고 전한다.
그제 칠불사 아자방(亞字房)에 들어가 내부 구조 및 아궁이를 구경하였다. 아자방은 한 번 불을 때면 대략 백 일 동안 방이 따뜻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아자방은 지난해 12월 22일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지난 2월 7일부터 ‘부처님 오신 날’인 5월 15일까지 공개된다.
필자가 대학생 때와 지리산을 타며 몇 차례 아자방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날 들어가 보니 새로 정비를 잘 해놓았다. 2015년부터 아자방을 해체하고, 문화재 발굴조사를 거쳐 지난해 말 복원작업을 완료했다. 아자방은 독특한 형태의 선방으로, 벽을 향해 수행할 수 있도록 방안 네 귀퉁이를 바닥면보다 한 단계 높게 구성해, 한자 ‘亞(아)’ 모양의 방 전체에 구들을 놓아 만든 온돌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