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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57> 진달래꽃으로 지짐을 부쳐 먹으며 시 읊은 조선 전기 양응정

한 해 봄이 온 뜻이 뱃속에 전해지네(一年春意腹中傳·일년춘의복중전)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3-19 18:44:06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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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냇가에 돌을 받쳐 솥뚜껑을 걸고(鼎冠撑石小溪邊·정관탱석소계변)/ 흰 쌀가루 맑은 기름으로 진달래꽃을 부치네.(白粉淸油煮杜鵑·백분청유자두견)/ 대젓가락으로 찍어 먹으니 향이 입에 가득하여(雙竹引來香滿口·쌍죽인래향만구)/ 한 해 봄이 온 뜻이 뱃속에 전해지네.(一年春意腹中傳·일년춘의복중전)

위 시는 조선 전기 문사인 송천(松川) 양응정(梁應鼎·1519~1581)의 ‘꽃으로 지짐을 부쳐 먹으면서’(煮花·자화)로, 그의 문집인 ‘송천집(松川集)’ 권1에 있다. 양응정은 진주목사·공조참판·대사성 등을 지낸 문신으로, 시문에 능하여 선조 때 8문장의 한 사람으로 뽑힌 인물이다. 진달래꽃을 따 개울가에서 쌀가루 묻혀 기름을 둘러 지짐을 부쳤다. 댓가지로 젓가락을 만들어 먹으니 입에 진달래 향이 가득하다. 마치 뱃속에 올해 봄이 흠뻑 들어온 느낌이다.

조선 시대에는 음력 3월 3일 삼짇날 진달래로 꽃지짐을 부쳐 먹었다. 납작하게 떡을 만들어 그 위에 꽃잎을 펴 기름에 지져 먹기도 하였다. 조선 시대 꽃지짐은 진달래꽃으로만 해 먹은 게 아니었다. 허균(許筠)이 1611년 우리나라 팔도 명물 토산품과 별미음식을 소개한 책인 ‘도문대작(屠門大嚼)’을 보면 조선 중기 한양에서 봄날 먹는 별미로 쑥떡·송편·두견화전(杜鵑花煎)·이화전(梨花煎)이 있었다. 두견화인 진달래꽃 외에 배꽃도 부쳐 먹었다. 여름에는 장미전, 가을에는 국화병(菊花餠)을 먹었다. 조선 중기 문인 조우인(曺友仁)은 시 ‘꽃지짐을 읊다’(詠煎花·영전화)에서 “…/ 피 토해 꽃을 물들이고도 한이 삭히지 않는지(泣血染花消未得·읍혈염화소미득)/ 기름불에 뛰어들어 스스로 지짐이 되었네.(剩投膏火自相煎·잉투고화자상전)”라고 했다.

곧 고사리가 올라올 때가 되어 그제 목압서사 뒤 차산(茶山)에 올라갔다. 낫으로 잡풀과 가시를 베어내다 고개 드니 위쪽에 진달래꽃이 피어 있는 게 아닌가. 언제 피었나 싶어 반가운 감정이 쑤욱 올라왔다. 해마다 산에서 일하다 진달래꽃잎을 따 먹었다. 차인(茶人)이나 시인들이 온다는 기별이 있으면 진달래꽃을 한 움큼 따와 전을 부쳐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올해도 진달래꽃 지짐을 부쳐 먹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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