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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56> 조선 중기 문사 구봉령이 다대포 몰운대에서 읊은 시

세상 먼지 기운 절로 드물어지는 곳에 왔다네(人世塵氛到自稀·인세진분도자희)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3-17 18:37:0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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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깎아지른 산비탈 바다의 동쪽가에(蒼然斷麓海東湄·창연단록해동미)/ 겹겹 구름 피어올라 날아오를 기세네.(標出層雲勢欲飛·표출층운세욕비)/ 하늘의 찬바람이 맑은 노을 속에 불고(玉宇冷風吹霽靄·옥우냉풍취제애)/ 함지(咸池)의 불그스레한 물결 맑은 빛 속에 솟아나네.(咸池紅浪湧澄暉·함지홍랑용징휘)/ 신선의 피리에 학이 노니는데 늘 있는 것이니(羽仙笙鶴遊常慣·우선생학유상관)/ 세상 먼지 기운 절로 드물어지는 곳 왔다네.(人世塵氛到自稀·인세진분도자희)/ 긴 휘파람 소리가 연기와 안개 속 여러 번 나고(長嘯數聲煙霧裡·장소수성연무리)/ 봉래산과 영주산이 어디인가 길은 좁네.(蓬瀛何許路依微·봉영하허로의미)

위 시는 조선 중기 문사로 시문에 뛰어났던 백담(栢潭) 구봉령(具鳳齡·1526~1586)의 ‘몰운대 시를 차운하여’(沒雲臺次韻·몰운대차운)로, 그의 문집인 ‘백담문집(栢潭文集)’에 들어 있다. 산줄기가 가파르게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부산 다대포 몰운대(沒雲臺)에는 해가 잠긴다고 알려진 함지(咸池)가 있다.

3·4구는 해질 무렵 함지에 떨어지는 붉은 해와 일렁이는 붉은 물결을 묘사한다. 비경을 보는 시인은 당연히 몰운대를 신선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이곳은 먼지 많은 세상을 비껴난 곳이다. 몰운대 가는 좁은 길은 봉래산과 영주산으로 가는 착각이 들게끔 한다.

금계(錦溪) 황준량(黃俊良·1517~1563)도 칠언절구 ‘박중초의 운을 차운한 몰운대’(沒雲臺次朴仲初韻·몰운대차박중초운)에서 “… 신선의 땅에서 분방하게 마음껏 노니네.(做得仙區壯浪遊·주득선구장랑유)/ …/ 유람하는 사람 오래 머물지 못함을 원망하네.(遊人應怨少分留·유인응원소분류)”라고 읊었다. 신선의 땅인 양 신비로운 몰운대에 올라 마음껏 유람하는 것을 읊었다. 하지만 이 선경에 더 머물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제 16일 필자의 출신 고교인 부산 대동고 3학년 2반 반창 10여 명과 몰운대를 산책하였다. 걸으며 친구들 뒷모습을 보니 늙어가는 티가 났다. 필자는 최근 아들 둘을 결혼시켰는데, 대부분 친구는 손주가 있어 서로 “할배”라 불렀다. 은근히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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