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연·鳶)를 모든 산과 물을 지나게 풀어줄 터이니(放爾千山萬水過·방이천산만수과)/ 바람 타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날아가려무나.(乘風一去人無何·승풍일거인무하)/ 적지 않을 올해의 여러 액운(多少今年諸厄會·다소금년제액회)/ 그것들을 나를 위해 모두 없애주려무나.(殷勤爲我盡消磨·은근위아진소마)

위 시는 조선 후기 문사인 윤기(尹愭·1741~1826)의 ‘정월대보름에 아이들이 종이 연을 날리는데, 이를 송액이라 하므로 연 등에다 장난으로 쓴다(上元, 兒輩放紙鳶, 謂之送厄, 戱題其背·상원, 아배방지연, 위지송액, 희제기배)’로, 그의 문집인 ‘무명자집(無名子集)’에 있다.

아이들이 연을 날린다. 윤기는 시인답게 상상력을 발휘했다. 온 세상을 구경할 수 있도록 너(연)를 풀어줄 터이니 바람 타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날아가거라. 세상살이에는 온갖 액운이 따르기도 한다. 너를 풀어주는 대신 올해 내게 올 액운을 모두 없애다오.

연 날리기는 액운을 날려버리는 주술적인 기능으로도 쓰였다. 종이연에 ‘액(厄)’이나 ‘화(禍)’ 자를 써 줄을 끊어 멀리 날려 보내기도 했다. 윤기도 ‘송액(送厄)’이라고 했다. 연에다 시를 적어 날려 보내기도 했다. 윤기도 위 시를 연에 적었다. 필자의 할아버지께서도 집 뒤 대밭 대나무를 잘라 연을 만들어 한시를 적어 날려 보내셨다.

그제 화개장터~광양시 다압면·구례군 간전면을 잇는 섬진강 위 남도대교 위에서 아빠와 아이 둘이 연을 날리고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연 날리기에는 정말 좋은 날씨였다. 필자도 아이들과 부산 기장의 장안 명례리에 살 때 연을 함께 날린 기억이 있다. 필자는 어릴 적 이맘때면 친구들과 논에서 연을 날렸다. ‘연줄 끊기’ 놀이도 했다. 형이 있는 친구들은 연줄에 일명 ‘사금파리’(술병을 깨 잘게 가루로 만든 것)를 발라 다른 연줄을 쉽게 끊도록 했다. 추운 줄도 모르고 놀았다.

조선 시대에 부산·양산·밀양 구간 통행로인 황산도(黃山道)가 있었다. 일명 ‘과거길’이었다. 황산도에 있던 여러 역참을 관장하던 황산역이 양산 물금에 있었다. 윤기는 황산찰방(黃山察訪)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