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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25> 고향의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심경을 읊은 변중량

어머니께서 해주신 옷이 다 해졌네(弊盡慈母衣·폐진자모의)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11-26 18:38:4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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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멀리 떠나 여태 돌아가지 못하고(遊子久未返·유자구미반)/ 어머니께서 해주신 옷이 다 해졌네.(弊盡慈母衣·폐진자모의)/ 고향 산으로부터 아득히 멀리 있어(故山苦遼邈·고산고료막)/ 겨레에게 돌아갈 날이 어느 때일지(何時賦言歸·하시부언귀)/ 인생은 백 년도 채우지 못하는데(人生不滿百·인생불만백)/ 이 석양빛이 못내 애처롭구나.(惜此西日暉·석차서일휘)

위 시는 조선 초기 문사인 춘당(春堂) 변중량(卞仲良·1345~1398)의 ‘길 떠난 자식이 어머니를 그리며 읊다(遊子吟·유자음)’로, 그의 문집인 ‘춘당유고(春堂遺稿)’에 있다.

멀리 있어 고향의 어머니를 모시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노래하였다. 넷째 구의 ‘언귀(言歸)’는 ‘시경(詩經)’ 소아 ‘황조(黃鳥)’의 “언선언귀(言旋言歸)/ 복아방족(復我邦族)”에서 가져왔다. 즉 “곧바로 돌아가서 우리 겨레에게 돌아가련다”는 뜻이다.

변중량은 고향을 떠나 너무 멀리 와 있음을 밝힌다. 그는 1394년(태조 3) 전중경(殿中卿)으로 있을 때 병조정랑 이회 등과 함께, 정권·병권이 조준 정도전 남은 등에게 다 맡겨진 것은 옳지 못하다는 말을 했다가 파직돼 영해(寧海)로 유배되었으나 곧 복직됐다. 이 무렵 명나라에서 외교문서에 쓰인 글자를 문제 삼아 책임자들을 보낼 것을 요구하자 그는 동행하기를 자진했다. 변중량은 고향을 떠나 너무 먼 곳에서 위 시를 지었다. 어머니가 지어주신 옷이 다 해졌다고 말한다. 그만큼 그리움이 크다.

본관이 밀양인 그는 대제학 변계량의 형이고, 태조 이성계의 형인 이원계의 사위로 아버지 변옥란과 함께 조선 개국 원종공신이었다. 하지만 제1차 왕자의 난인 무인정사(戊寅定社) 때 정도전 일파로 몰려 태종 이방원에게 참살됐다. 무인정사는 왕위 계승을 둘러싼 왕자 간의 싸움이자 정도전 일당과 이방원 일당의 권력다툼이다.

어제 묘사를 지내기 위해 거창에서 김 모 씨 가족이 이곳 화개골로 왔다. 우연히 찻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변중량을 제향하는 병암서원(屛巖書院)이 거창에 있었다. 하지만 1868년(고종 5)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어 현재 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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