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47> 계곡물 소리에서 세간 사람들 목소리를 들은 서경덕

하늘 향해 하소연해도 분이 덜 풀리는 갑네(訴向蒼天憤未平·소향창천분미평)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2-21 18:57:32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바위틈 흐르는 물 밤낮 요란하게 우는데(聒聒岩流日夜鳴·괄괄암류일야명)/ 슬픈 듯 원망하는 듯 또 다투듯 하네.(如悲如怨又如爭·여비여원우여쟁)/ 세간의 여러 원통한 사연들 입에 물고(世間多少銜寃事·세간다소함원사)/ 하늘 향해 하소연해도 분이 덜 풀리는 갑네.(訴向蒼天憤未平·소향창천분미평)

위 시는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1489~1546)의 ‘계곡물 소리(溪聲·계성)’로, 그의 문집 ‘화담집(花潭集)’에 있다. 개성 출신 서경덕은 1519년 조광조(趙光祖)에 의해 실시된 현량과(賢良科)에 수석으로 추천받았으나 그만두고, 개성의 화담(花潭)에 공간을 만들어 후진양성에 힘썼다. 황진이와 스캔들(?)이 있었다는 그 선비로, 계곡 옆에 거처한 모양이다.

계곡물 소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끄럽게 울린다. 도시 사람은 계곡물 소리가 들리니 “좋겠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날마다 들으면 신경이 사나워지기도 한다. 목압서사 가까이에도 화개동천이 있어 물소리를 듣는다. 특히 여름철이면 물속에 바위 구르는 소리가 마치 탱크부대가 지나가는 소리처럼 “구르릉 구르릉”거린다.

지식이 깊고 도(道)가 높은 화담인지라 보통 사람이 미처 못 듣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계곡물 소리 속에서 세간 사람들이 하는 온갖 소리를 다 들었다. 구슬프게 탄식하는 소리도, 안타깝게 원망하는 소리도 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서로 다투는 소리도 있다. 밤중에는 그런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당연히 서경덕은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티끌세상 사람들의 온갖 삶의 소리를 모아놓은 것만 같다. 악다구니로 싸우는 소리, 누군가를 원망하는 소리가 어찌 이리도 많은가. 하소연할 길 없어 하늘에 소리쳐도 아무 대답이 없는 모양이다. 마치 밤낮으로 누가 이기나 해보자며 악쓰는 소리처럼 들린다. 요즘 서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고 느낀다. 같이 공부하는 분들도 정치 견해가 달라 여러 소리를 낸다. 간혹 필자에게 정치 문제를 묻는 분도 있다. 그러면 필자는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한다. 세상이 단 하루라도 조용하면 그건 인간세상이 아니라는 것만 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르포] 심야할증 땐 0시~2시 기준 6240원부터…“택시비 겁나 집 근처서 술자리”
  2. 2민주당, 산은 이전에 또 태클…이재명 부산서 입장 밝힐까
  3. 3유일한 진입로 공사 못 해 97억짜리 시설 개장 지연
  4. 4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 본격 가동…사상·강서 후보지 답사 장·단점 검토
  5. 5“BIFF이사회 권한, 혁신위에 넘겨라”
  6. 6비수도권大 65% 글로컬사업 신청…27곳 ‘통합 전제’
  7. 7“사태 촉발 조종국 당장 사퇴…혁신위 제약없는 활동 보장을”
  8. 8파크하얏트 부산, 최대 매출 찍었다
  9. 9野 부산서 일본 오염수 반대투쟁 사활…총선 뜨거운 감자로
  10. 10‘봄데’ 오명 지운 거인…올 여름엔 ‘톱데’간다
  1. 1민주당, 산은 이전에 또 태클…이재명 부산서 입장 밝힐까
  2. 2野 부산서 일본 오염수 반대투쟁 사활…총선 뜨거운 감자로
  3. 3‘채용특혜’ 선관위, 감사원 감사 거부
  4. 4IAEA “1차 시료 방사선 문제 없어…2·3차 조사 뒤 최종판단”
  5. 5혼란만 키운 경계경보…대피정보 담게 손 본다
  6. 6북한 발사체 잔해 길이 15m 2단 추정…해저 75m 가라앉아 인양 중
  7. 7공공기관장 청문회 확대 놓고…부산시-의회 재충돌 우려
  8. 8“일본 오염수 처리 주요설비 확인”…野 “결론도 없는 국민 기만”(종합)
  9. 9북한 이례적 위성 발사 실패 장면 공개..."계속 날리겠다" 의지 표명?
  10. 10“전쟁 터졌나” 서울시민 새벽 혼비백산…경계경보 문자 논란
  1. 1파크하얏트 부산, 최대 매출 찍었다
  2. 2댕댕이 운동회부터 특화 가전까지 “펫팸족 어서옵쇼”
  3. 3부산대에 韓-인니 조선해양기술허브 만든다
  4. 4약과도넛·홍시빙수…‘할매입맛’ MZ, 편의점 달려간다
  5. 5연금 복권 720 제 161회
  6. 6“해양생태계 복원할 수용성 유리…산·학·연 관심을”
  7. 7주가지수- 2023년 6월 1일
  8. 8“일본 오염수 방류 대응 집중…엑스포 유치도 최선”
  9. 9“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수욕장 개장에 영향 미치지 않을 것”
  10. 10마린시티 유일 미개발 ‘금싸라기 땅’ 고급 실버타운 추진
  1. 1[르포] 심야할증 땐 0시~2시 기준 6240원부터…“택시비 겁나 집 근처서 술자리”
  2. 2유일한 진입로 공사 못 해 97억짜리 시설 개장 지연
  3. 3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 본격 가동…사상·강서 후보지 답사 장·단점 검토
  4. 4비수도권大 65% 글로컬사업 신청…27곳 ‘통합 전제’
  5. 5‘타다’ 불법 콜택시 오명, 4년 만에 벗어(종합)
  6. 6오늘의 날씨- 2023년 6월 2일
  7. 7유월 햇살 아래, 그림자는 더 뜨겁게 삶을 노래하네
  8. 8승학터널 건설 본격화...부산시-현대건설 오늘 실시협약
  9. 9버스기사 “왕복 50㎞ 출퇴근 못해”…강서차고지 개장 차질 빚나
  10. 10[종합]‘부산 또래살인사건’ 피의자 정유정 “호기심 때문에 죽였다”
  1. 1‘봄데’ 오명 지운 거인…올 여름엔 ‘톱데’간다
  2. 2‘사직 아이돌’ 데뷔 첫해부터 올스타 후보 올라
  3. 3박경훈 부산 아이파크 어드바이저 선임
  4. 4강상현 금빛 발차기…중량급 18년 만에 쾌거
  5. 5세비야 역시 ‘유로파의 제왕’
  6. 610경기서 ‘0’ 롯데에 홈런이 사라졌다
  7. 7“경기 전날도, 지고도 밤새 술마셔” WBC 대표팀 술판 의혹
  8. 8세계 1위 고진영, 초대 챔프 노린다
  9. 9264억 걸린 특급대회…세계랭킹 톱5 총출동
  10. 10김민재, 올해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에 도전
  • 부산항쟁 문학상 공모
  • 부산엑스포키즈 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