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루를 설이라 칭하니(月正元日稱歲首·월정원일칭세수)/ 불 밝혀 좋은 일을 기원하는 글을 짓네.(火盆迎祥作祈辭·화분영상작기사)/ 원하는 건 그저 집집마다 오래도록 잘 살기를(但願家家長富足·단원가가장부족)/ 남자는 추워서 여자는 배고픔에 울지 않기를.(男不啼寒女不飢·남불제한녀불기)/ 가벼운 배로 장사 나갔다가 무거운 배로 돌아오기를(輕舟作商重船歸·경주작상중선귀)/ 큰 소는 송아지를 끌고 닭은 병아리 먹이 주기를.(大牸引犢雞哺兒·대자인독계포아)/ 보리 싹은 양 갈래로 패고 벼는 일찍 익기를(麥穗兩歧稻早熟·맥수양기도조숙)/ 면화는 광주리에 수북하고 누에는 방에 가득하기를.(拾綿盈筐蠶滿室·습면영광잠만실) ….
위 글은 조선 후기 문신 금릉(金陵) 남공철(南公轍·1760~1840)의 시 ‘祈歲詞’(기세사·한 해를 기원하는 노래)의 앞부분으로, 그의 문집인 ‘금릉집(金陵集)’ 권1에 수록돼 있다.
남공철은 정월 초하루를 맞아 한해의 복을 기원하는 글을 지었다. 그는 여러 벼슬을 지낸 인물이었다. 그러다 보니 백성이 잘 살기를 축원하고 있다. 그가 기원하는 핵심은 세 번째 행 ‘但願家家長富足’이다. 그 뒤 행들은 부연 설명으로 이어진다. 춥거나 굶주리지 않고, 가볍게 나간 배가 돌아올 땐 물건이든 고기 든 가득 싣고 오기 바랐다. 암소는 송아지를 데리고 다니고, 어미 닭은 병아리에게 먹이를 찾아주는 평화로운 일상을 바랐다. 조선 후기는 삼정문란 등으로 백성의 삶은 피폐했다. 먹을 게 없어 굶어 죽거나 민란에 동참했다. 세상이 달라지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들어서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배를 곯는 사람은 있다.
지금도 음력설에 가족이 모이면 어른들은 자식과 손주들에게 잘살기를 염원하는 글을 써주거나 그런 바람을 담은 말을 한다. 이를테면 손주들에게 세뱃돈을 주며 “건강하게 자라고, 공부 잘하고,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고 축원하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설을 어떻게 쇠셨는지? 필자는 동생들과 조카들까지 지리산 목압서사로 와 차례를 지냈다. 여하튼 새해를 맞아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