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4> 고려 때 귀화한 위구르인 설손의 시

낚싯배 높아진 건 알아차리겠네(只覺釣船高·지각조선고)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11-29 19:10:27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밤새도록 산속에 비가 내리는데(一夜山中雨·일야산중우)/ 지붕 위에 엮어놓은 띠가 바람에 날리네.(風吹屋上茅·풍취옥상모)/ 계곡물 불어난 건 알지 못하여도(不知溪水長·부지계수장)/ 낚싯배 높아진 건 알아차리겠네.(只覺釣船高·지각조선고)

위 시는 중국에서 귀화한 설손(偰遜·?~1360)의 시 ‘山中雨’(산중우·산속에 내리는 비)로, 그의 저서인 ‘근사재일고(近思齋逸藁)’에 실려 있다.

산속의 띠집에 밤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볼품없는 초가지붕마저 날려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조마조마하며 밤을 지새우고, 아침에 긴장한 채로 방문을 뻐거덕 연다. 저 앞 숲에서는 여전히 빗방울이 두둑거리는 것 같다. 계곡도 그대로인 듯하다. 다시 가만 보니 변화가 있다. 계곡 가에 매어둔 고깃배가 어제보다 한결 높아져 물살에 흔들거린다. 밤새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어난 것이다.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있지만, 시인의 눈을 속일 수 없다.

설손, 그는 위구르인으로 난리를 피해 고려로 귀화한 시인이다. 그는 고조부 이래 원나라에서 벼슬한 집안 출신이다. 설손은 원나라 순제(順帝) 때 진사에 합격해 여러 벼슬을 거쳤다. 황태자에게 경전을 가르칠 정도로 월등했다. 부친상을 당해 대령(大寧)에서 지냈다. 1358년(공민왕 7) 홍건적이 대령을 정복하자 난을 피해 고려로 왔다. 설손이 황태자를 가르칠 때, 왕이 되기 전 원나라에 가 있던 공민왕과 친교가 있었다. 이에 설손은 고려에 와 공민왕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고려에 와서도 뛰어난 시인으로 알려졌다.

어제까지 목압서사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이곳은 지리산 주능선과 연결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봉우리마다 운무가 반쯤 걸쳐 있어 한 폭 수묵화보다 더 장엄하다. 화개동천 계곡물도 불어 콸콸 흐른다. 홍가신(洪可臣·1541~1615)의 오언절구 ‘江村暮景’(강촌모경)이 생각난다. “멀리 강가 나무 우거져 있고(江樹遠芊芊·강수원천천)/ 강마을 저물녘에 안개 피어오르네.(江村生暮煙·강촌생모연)/ 어부가 혼자 고기잡이 마치고 나니(漁人獨罷釣·어인독파조)/ 빈 배에 밝은 달만 가득하네.(明月滿空船·명월만공선)”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온천천 곳곳에 균열... 동래구 "대심도 공사 영향"
  2. 2서울 곳곳 10만 몰려...이태원참사 100일집회 불허에도 강행
  3. 3애주가들 '한숨'…맥주·소주·막걸리도 줄줄이 오른다
  4. 4입춘인 오늘 낮 최고 6~9도...내일 정월대보름 달 뜨는 시간 공개
  5. 5안전하다면 왜 수도권에 원전·방폐장을 못 짓나
  6. 6지난 밤 네이버 카페 원인미상 오류...이용자 50분 넘게 '허둥지둥'
  7. 7김기현, 나경원 자택 찾아 "힘 합치자" SOS…羅 "역할 숙고"
  8. 8[단독] 한수원 '고리원전 건식저장시설' 내주 처리…7일 이사회
  9. 9중국발 단기체류 외국인 입국 후 PCR 의무 이후 첫 확진 0명
  10. 10테슬라, 가격 인하 약발 통했다…중국서 전기차 판매 전월보다 18%↑
  1. 1김기현, 나경원 자택 찾아 "힘 합치자" SOS…羅 "역할 숙고"
  2. 2민주 장외투쟁에 국힘 당권주자들 "대선불복 사법불복 접어라"
  3. 3오늘 민주당원 수천 숭례문 장외투쟁...박근혜 퇴진 이후 7년만
  4. 4다급해진 친윤의 安 때리기…장제원은 역풍 우려 몸 낮추기
  5. 5안철수 "윤핵관 지휘자 장제원" 직격
  6. 6尹 지지율 설 전보다 더 하락...긍정 부정 평가 이유 '외교'
  7. 7"지역구 민원 해결해달라" 성토장으로 변질된 시정 업무보고
  8. 8“지방분권 개헌…재원·과세자주권 보장해야”
  9. 9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부산중·고교 총동창회장 취임
  10. 10미 하원 김정일 김정은 부자 범죄자 명시 결의안 채택
  1. 1애주가들 '한숨'…맥주·소주·막걸리도 줄줄이 오른다
  2. 2지난 밤 네이버 카페 원인미상 오류...이용자 50분 넘게 '허둥지둥'
  3. 3[단독] 한수원 '고리원전 건식저장시설' 내주 처리…7일 이사회
  4. 4테슬라, 가격 인하 약발 통했다…중국서 전기차 판매 전월보다 18%↑
  5. 5[영상]스타트업 창업, 그 시작에 대한 이야기
  6. 6세계 식량 가격 10개월째 ↓...고기 소비↓, 유제품 설탕 생산↑
  7. 7보신탕의 종말?…개고기 비슷한 이것 가격 급등 무슨 일?
  8. 8에너지공단, '공공주도 해상풍력 개발' 참여 지자체 공모
  9. 9남천자이, 선착순 현장 북적… 반전 나오나
  10. 10부산 잇단 국제선 운항 재개
  1. 1온천천 곳곳에 균열... 동래구 "대심도 공사 영향"
  2. 2서울 곳곳 10만 몰려...이태원참사 100일집회 불허에도 강행
  3. 3입춘인 오늘 낮 최고 6~9도...내일 정월대보름 달 뜨는 시간 공개
  4. 4안전하다면 왜 수도권에 원전·방폐장을 못 짓나
  5. 5중국발 단기체류 외국인 입국 후 PCR 의무 이후 첫 확진 0명
  6. 6백신피해 리포트 시즌2 <3>“이제 힘내 싸워보려 합니다”
  7. 7부산 기장군 일광 야산에 불…논·임야 6천㎡ 피해
  8. 8부산대, 2023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
  9. 9부산시교육청, 내달 1일자 교사 4308명 정기인사 단행
  10. 10부산 대연동 재개발구역 화재로 산불…작업자 1명 경상
  1. 1국내엔 자리 없다…강리호 모든 구단과 계약 불발
  2. 2맨유 트로피 가뭄 탈출 기회…상대는 ‘사우디 파워’ 뉴캐슬
  3. 3WBC에 진심인 일본…빅리거 조기 합류 위해 보험금 불사
  4. 4‘셀틱에 녹아드는 중’ 오현규 홈 데뷔전
  5. 5한국 테니스팀, 2년 연속 국가대항전 16강 도전
  6. 6새 안방마님 유강남의 자신감 “몸 상태 너무 좋아요”
  7. 7꼭두새벽 배웅 나온 팬들 “올해는 꼭 가을야구 가자”
  8. 8새로 온 선수만 8명…서튼의 목표는 ‘원팀’
  9. 9유럽축구 이적시장 쩐의 전쟁…첼시 4400억 썼다
  10. 10오일머니 등에 업은 아시안투어, LIV 스타 총출동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