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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03> 추석 밥상에 “세금 많다” 말 올리게 한 야족당 어숙권의 글

수탈이 동고(童고)보다도 가혹하구나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2-09-13 19:39:44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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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政又酷於童羖·정우혹어동고

잠부(潛夫·어무적의 자)는 김해에서 살았는데 농부가 매화나무를 도끼로 자르는 것을 보고 부(賦)를 지었다. 내용은 이러하다. “세상에 아름다운 군자는 찾을 수가 없고/ 시대는 뱀·호랑이보다 무서운 가정(苛政)을 일삼는구나./ 알을 품고 있는 닭에까지 손을 뻗치니/ 수탈이 동고(童羖)보다도 가혹하구나.

魚潛夫家于金海, 見斫梅者, 乃作賦, 有曰: “世乏馨香之君子, 時務蛇虎之苛法. 慘已到於伏雌, 政又酷於童羖.(어잠부가우김해, 견작매자, 내작부, 유왈: ”세핍형향지군자, 시무사호지가법. 참이도어복자, 정우혹어동고)

위 글은 야족당(也足堂) 어숙권(魚叔權·?~?)의 글 ‘시인(詩人) 어무적(魚無迹)’으로 그의 수필집인 ‘패관잡기(稗官雜記)’에 수록돼 있다. 어무적은 연산군의 폭정이 횡행할 때 시인이다. 허균은 ‘국조시산(國朝詩刪)’에 어무적의 시를 실으면서 “김해에서 살았고, 관노(官奴)로서 면천(免賤)을 했다”고 적었다. 어무적은 어머니가 천인이어서 노비 신분이었다. 부친의 가계는 함종 어씨로 양반이었다. 어숙권의 조부인 어세겸과 재종간이 돼 어숙권으로서는 어무적이 재종조부였다.

위 문장은 농민이 세금을 피하려고 매화나무를 자르는 것을 보고, 관의 횡포를 고발하고 풍자한 글인 ‘매작부(梅斫賦)’를 소개한다. 어무적의 이 고발 글을 본 김해부(金海府)에서 그를 체포하려 하자 도주하다 어느 역사(驛舍)에서 죽었다고 결말이 그려져 있다.

필자의 친구들은 공무원이든 교사든 모두 퇴직한 상태다. 대개 겨우 아파트 한 채 소유하고 공무원 연금이든, 국민연금이든 받으며 생활한다. 한가위가 끝나고 동창이 안부 전화를 해왔다. 친구는 이번 추석 밥상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올랐다고 했다. “아파트값이 오른 데다 시골에 물려받은 집이 한 채 있어 세금이 많다. 심지어 자식들 직장건강보험에도 등록되지 못하고, 별도로 상당한 금액의 건강보험료를 내는 게 말이 되느냐. 나라가 국민을 수탈하는 것 아니냐”며 한탄했다. 친구 이야기를 듣다 보니 비유가 좀 심하기는 하지만 시인 어무적이 생각났다. 이번 한가위 밥상에 어무적이 오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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