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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96> 이안눌이 약속 지키지 않는 일본인들에 분노해 쓴 글

일본은 우리나라의 불공대천 원수다(日本於我國, 不共戴天讐也·일본어아국, 불공대천수야)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8-16 19:10:17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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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나라에 있어 불공대천 원수이다. 강화를 허락한 것은 사실 무책에서 나왔다. 두봉 학사가 선위사의 명을 받들고 정월 11일 동래에 도착하여 저들 사신이 오기를 기다린 지 이제 이미 3개월이 되었지만, 저들 사신은 바로 대마도의 왜인으로 임시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다.

日本於我國, 不共戴天讐也. 許以和好, 實出無策. 斗峯學士承宣慰之命, 正月十一日, 來到東萊, 以待彼使之來者, 今已三箇月, 而彼使乃馬島倭假衡者也.(일본어아국, 불공대천수야. 허이화호, 실출무책, 두봉학사승선위지명, 정월십일일, 내도동래, 이대피사지래자, 금이삼개월, 이피사내마도왜가형자야.)

위 문장은 동악(東岳) 이안눌(李安訥·1571~1637)이 1609년 지은 시 ‘次斗峯絶句韻’(차두봉절구운·두봉의 절구를 차운하여)의 머리글로, 그의 문집 ‘東岳集’(동악집)에 실린 ‘萊山錄’(내산록) 권8에 들어있다. ‘萊山錄’은 이안눌이 동래부사 재임 때 엮었다. 이안눌은 임진왜란이 끝난 뒤 1608년(선조 41) 동래부사로 부임했다. 이안눌은 선위사로 동래에 온 두봉 이지완(李志完·1575~1617)과 시를 주고받으며, 전쟁이 끝난 지 10여 년밖에 안 된 시점에 다시 일본과 화친하려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전쟁 책임 인정과 충분한 보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無策’하게 다시 허교하는 것에 분개했다. 일본은 사신을 보내기로 약속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안 보내는 등 우리를 기만한다고 위 문장의 이어지는 글에서 밝혔다.

필자의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안눌이 임란 때 동래성 전투에서 죽은 사람의 유족들이 같은 날 제사지내며 통곡하는 것을 읊은 시도 소개 좀 하시라” 했다. “‘四月十五日(사월십오일)’이라는 시는 너무 많이 인용됐고 나도 다른 글에서 소개한 바 있어 좀 그렇다”고 답했다. 고민 끝에 위 문장을 소개한다.

시 ‘四月十五日’의 사연은 이렇다. 4월 15일만 되면 집집이 곡을 해 이안눌이 아전에게 연유를 물으니 “동래성 전투가 일어난 날 같이 죽어 그렇다”고 답했다. 아전은 “그래도 곡할 사람이 있는 집은 다행이고 곡할 사람이 없는 집도 수두룩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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