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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23> 신라 천년 사직 회고하며 읊은 치암 남경희의 시

나무꾼 아이 노래 한 곡조에 모두 담겨 있구나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11-21 20:05:4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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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盡入樵兒一曲歌·진입초아일곡가

반월성 주변에는 가을 풀이 더부룩하고(半月城邊秋草多·반월성변추초다)/ 금오산 위에는 저녁 구름이 지나가네.(金鰲山上暮雲過·금오산상모운과)/ 가련타 망한 나라의 천 년 맺힌 한(可憐亡國千年恨·가련망국천년한)/ 나무꾼 아이의 노래 한 곡조에 (천년 사직의 한이) 모두 담겨있구나.(盡入樵兒一曲歌·진입초아일곡가)

치암 남경희(南景羲·1748~1812)의 칠언절구 東都懷古(동도회고·신라의 수도였던 동도(경주)의 옛일을 회고하다)로, 그의 문집인 치암집(癡菴集)에 수록돼 있다.궁전이 있던 반월성은 터만 남고 허물어져 성벽 일부만 잔존해 있는데, 성 주변 가을의 시든 풀이 쓸쓸함을 더해준다. 금오산은 남산의 한 봉우리로, 저물녘이 되자 그 위로 저녁 구름이 흘러간다. 망한 신라의 천년 한은 나무꾼 아이들의 작대기 장단으로 부르는 가락에 다 담겨있다. 압운은 1행 끝의 多(다), 2행 끝의 過(과), 4행 끝의 歌(가) 자로 평성 ‘歌’ 평운이다. ‘측측평평평측평, 평평평측측평평, 측평평측평평측, 측측평평측측평’으로, 평측과 이사부동이륙대 등 한시를 짓는 규칙이 잘 이루어져 있다.

남경희는 문과에 급제해 사헌부감찰·병조좌랑 등을 거쳐 사간원정언에 이르렀으나 조정 관리들의 비리 등을 보고 저항의 한 방편으로 44세인 1791년 사직하고 고향인 경주 보문리로 돌아와 은거했다. 그의 아버지는 사마시에 합격하고 경주에서 활발하게 문학 활동을 하던 활산 남용만이고, 어머니는 경주와 울산 등지의 대유학자인 화계 유의건의 딸이다. 유의건은 회재 이언적을 향사하는 옥산서원 원장을 세 번이나 지내고, 시를 1만 수 이상 지었다는 문사이다.

당시 경주에는 생원시와 진사시, 대과 급제자들의 사랑방이라 할 수 있는 경주사마소가 있었다. 이곳에서 남경희는 흥해의 여항 시인 농수 최천익 등 여러 사마와 많은 시를 생산해내는 등 당시 경주지역 시단을 이끌었던 대표적 시인이었다. 위 시도 그 무렵 창작되었다. ‘동도회고’를 주제로 많은 문사가 읊었지만, 남경희의 위 작품이 망하여 없어진 신라의 쓸쓸한 옛 도읍 모습을 가장 잘 읊은 시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수년 전 그와 그의 부친이 후학을 양성하던 공간 등을 답사한 적이 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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