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16> 가다가 죽어야만 멈추는 길

부지런히 하루하루 애쓰다 죽은 뒤에나 그만둘 것이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10-26 19:57:4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俛焉日有孳孳, 斃而后已!·면언일유자자, 폐이후이!

‘시경’의 ‘소아’편에 “높은 산을 우러르며 큰 길을 걸어간다”는 말이 있다. 공자께서 (이 시를 읽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시(詩)가 인(人)을 좋아함이 이와 같구나. 도(道)를 향해 가다가 중도에서 그만두더라도 몸이 늙어가는 줄도 잊고 남은 날이 부족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부지런히 하루하루 애쓰다가 죽은 뒤에나 그만 둘 것이다!”

‘小雅’曰: “高山仰止, 景行行止.” 子曰: “詩之好仁如此. 鄕道而行, 中道而廢, 忘身之老也, 不知年數之不足也. 俛焉日有孳孳, 斃而后已!”(‘소아’왈: “고산앙지, 경행행지.” 자왈: “시지호인여차. 향도이행, 중도이폐, 망신지노야, 부지년수지부족야. 면언일유자자, 폐이후이!”)

‘예기(禮記)’의 ‘표기(表記)’ 편에 나오는 문장이다. ‘높은 산’은 선비가 지향할 목표이고, ‘큰 길’은 실천의 도정이다. 즉 선비는 높은 산을 우러러보며 지름길이 아닌 큰 길을 택해 걷는다. 선비가 지향하는 요체는 수기(修己)와 안인(安人)이다. 수기는 자기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수양하고 수정해 나가는 것이고, 안인은 자신과 관계를 맺는 수많은 사람에게 평안과 안식을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에게는 추상같이 엄격하지만 남에게는 춘풍처럼 온화한 것이 선비 모습이다. 공자가 여기서 말한 인은 유학사상의 가장 대표적인 개념이다. 공자는 여러 제자에게서 인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제자들 수준에 맞춰 답을 해주었다. 그 답은 일정하지 않고 다양했다. 하지만 그 답을 관통하는 일관된 정신은 바로 자기 자신을 이기는 극기(克己)와 남을 사랑하는 애인(愛人)이다. 극기와 애인은 위에서 말한 수기 및 안민과 맥을 같이 한다.

공자의 이 이야기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중도에서 그만둔다’는 표현이다. 선비는 지향한 목표를 향해 죽는 날까지 가도 끝나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이다. 백년, 천년을 가든, 중도에서 그만둘 수밖에 없는 길이다. 죽어야만 멈추는 길이다. 그 길이 ‘높은 산’을 향해 난 ‘큰 길’이기에 간다. 죽을 때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그저 그 길을 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신념이 있어야만 갈 수 있다. 요즘 그런 길을 택해 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속보] 다카이치 총리, 야스쿠니 가을 제사 공물 봉납
  3. 3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4. 4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7. 7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10. 10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9. 9李대통령, 부상 소방관·장병 쾌유기원…“천금 준들 아깝겠나”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3. 3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4. 4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5. 5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6. 6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7. 7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8. 8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9. 9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10. 10“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