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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11>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못함을 한스러워 한 오산 차천로

끝부분 탔어도 거문고 줄 매기엔 괜찮으니(焦尾不妨絃玉軫·초미불방현옥진)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1-10-05 18:52:38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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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깃드는 좋은 재질의 역양 오동나무(鳳巢天骨嶧陽桐·봉소천골역양동)/ 쪼개서 땔감으로 쓰니 다 타버릴까 걱정스럽네.(樵斧爲薪恨指窮·초부위신한지궁)/ 다행히 소리 듣고 아궁이서 구해내니(猶幸賞音求爨下·유행상음구찬하)/ 도랑 속에 묻혀있던 아주 좋은 나무였네.(絶勝斷木在溝中·절승단목재구중)/ 서로 기다린 듯 사람은 그와 만날 운명이었고(人將命會如相待·인장명회여상대)/ 물건 또한 때를 만나 저절로 통했다네.(物遇時來亦自通·물우시래역자통)/ 끝부분 탔어도 거문고 줄 매기엔 괜찮으니(焦尾不妨絃玉軫·초미불방현옥진)/ 백개(伯喈)의 마음 솜씨 귀신의 공교함을 빼앗았구나.(伯喈心匠敓神工·백개심장탈신공)

오산(五山) 차천로(車天輅·1556~1615)의 시 ‘아궁이 속 오동나무(爨下桐·찬하동)’로 그의 문집인 ‘오산집’ 권2에 들어있다. 위 시에는 ‘후한서’ 채옹전(蔡邕傳)에 나오는 중국 후한 시대 문인인 채옹과 관련한 이야기가 담겼다. 마지막 행의 ‘백개’는 채옹의 자(字)다.

채옹이 오나라에 있을 때였다. 어떤 사람이 오동나무를 아궁이에 넣어 밥을 짓고 있었다. 채옹은 나무 타는 소리를 들었다. 그 나무가 양질의 재목임을 알아차리곤, 꺼내 자기에게 팔라고 했다. 채옹이 그 오동나무로 거문고를 만들어 연주하니, 소리가 무척 아름다웠다. 그런데 나무의 끝부분은 탔다. 사람들은 이 거문고를 ‘초미금(焦尾琴·끝부분이 탄 거문고)’이라 불렀다.

차천로는 시 7·8행에서 자기 심사를 언급했다. 그는 알성문과에 급제한 뒤 문과중시에 을과로 급제한 인재였다. 1586년 정자(正字)로 근무할 때 고향 사람 여계선(呂繼先)이 과거를 볼 때 표문(票文)을 대신 지어주어 장원급제되도록 했다. 이 일로 유배를 갔다 온 뒤론 중요한 벼슬을 맡지 못했다. 차천로는 1589년 황윤길을 따라 일본에 통신사로 가 왜인들에게 4000~5000 수의 시를 지어 줄 정도로 시에 뛰어났다. 일본인은 물론 중국인도 그의 시를 보고 매우 감탄했다. 차천로는 끝내 자기 기량을 맘껏 펼치지 못하고 죽었다. 채옹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장삼이사들은 아예 차천로와 같은 능력을 타고나지 못한 채 생을 마무리하고 만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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